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세대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 구혜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연세대 글로벌 지속가능포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 회장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의 지향점도 결국 사회적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세 가지 경험을 발표에 녹여냈다. 

그의 첫 번째 경험은 기업 가치 시스템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 회계 시스템에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 일명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실제 SK하이닉스가 작년 이러한 새로운 회계 기준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측정한 경험을 토대로 행동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세금과 임금 등을 무조건 비용으로 생각했으나 그것을 가치라고 생각하고 나서부터는 무조건 줄이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가치 시스템 전체가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금, 세금, 환경에 대한 투자, 일자리 창출이 어떤 비중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순위화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두 번째 경험은 인프라 공유다. 기업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하는 것이다. SK그룹은 올해 초 SK네트웍스의 광고, 플랫폼, 주유소 부지 등을 공유하는 공모전을 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고 자산이 효율화된다. 기업가들은 자산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지만, 사회적 가치를 더한다면 더 빠른 속도로 공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은 착한기업, 작은기업, 스타트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프로라고 생각한다. SK는 여러가지 활동을 해 봤다. 카이스트에 사회적기업 MBA를 만들었고 해피나래라는 영리기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서 그 사회적기업이 다른 사회적기업을 돕는 형태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사회적 가치를 마켓화 하고 이를 위해 측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필요에 따라 교육, 성평등, 빈곤 등 모든 것의 비중이 변화하는데 이것들을 시장화할 수 있다면 각자의 로컬 시장과 지역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 회장은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다수의 사회적기업이 낸 사회적 성과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한 바 있다.

그는 "기업이 모든 것을 평가하려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200년 전 기업 회계 시스템은 다 달랐다. 시장은 시간까지도 선물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끌어 들였다. 우리 후손에게 사회 가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확실한 답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통화가 거래되는 국제 환율시장과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렇게 시장이 형성될 때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최 회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난관들은 시장의 힘을 빌려 와서 소화해 나가면 많은 기업이 참여하지 말라고 해도 돈도 벌고 사회도 도울 수 있어서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