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김시아 기자

“’근로시간 단축’ 대기업을 업어주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한 대기업의 국내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에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앞장서 준 것에 대해 업어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대통령 등에 업혀보기는커녕, 임직원들을 업고 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임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화두로 떠오르며 삼성전자와 신세계, 롯데그룹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 단축이 확산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부터 주당(週當)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했고, 신세계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임금 하락 없이 근로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했다. 롯데그룹은 오후 6시 30분 이후에는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 제도를 전사로 확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팀원이 야근을 많이 할 시 팀장 급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가는 등의 강경책으로 야근은 확실히 준 것 같다"며 "아직 적응기지만 임직원들은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기업 임직원의 워라밸은 균형이 잡혀가지만, 중소ㆍ중견기업의 이야기는 다르다. 안 그래도 구직난에 어려움을 겪는데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근로시간 단축법’(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에 동의해 곧 법제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또한 중소기업에겐 부담스럽기만 하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추가 인력 확충이 불가피해 경영난으로 이어질 우려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방성택)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 인원은 총 54만7천 명, 이 중 300인 이하 사업장의 부족 인원이 약 44만 명에 달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신규채용비, 간접인건비 등 중소기업의 추가 비용 부담액은 8조 6천억 원”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법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금속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 시 기존 근로자들의 실수령액 감소로 이직이 많아질 것.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도 힘들어 추가인력 채용은 어렵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퍼지는 추세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박 모 양은 “야근은 어느 기업을 가도 있다는 생각에 연봉 조건이 좋으면 중소ㆍ중견기업도 상관이 없었는데, 근무 환경 격차가 심해지면 취업 준비를 더 오래 하게 돼도 대기업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 단체장들은 지난해 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최소한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과 실태를 충분히 점검하고, 추가 인력공급 대책을 마련한 뒤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달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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