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너] 황지영의 ‘사회 속의 기업 이야기’ – 열번째 이야기

매년 2월 첫째 일요일이 되면 미국에선 슈퍼볼 (Super Bowl: 미국 풋볼 리그의 챔피언십으로 연중 가장 큰 미식축구 대회)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올해는 2월 4일 일요일에 필라델피아 이글스(Eagles)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Patriots) 팀 간의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승리했다. 창단이래 처음으로 슈퍼볼에서 우승한 것, 이날 저녁 필라델피아에서는 폭죽이 터지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슈퍼볼, 그러다 보니 슈퍼볼 게임 중간마다 나오는 광고들도 기업엔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슈퍼볼 광고 속의 의미 있는 광고 트렌드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미국인에게 미식축구란

미국인들에게 미식축구는 굉장히 중요한 주제고 관심사다. 미식축구 랭킹이 대학 입학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대도시를 제외한 많은 지역의 대학교에서는 대학 축구 경기가 있는 토요일이면 낮부터 맥주와 나초 등을 먹으며 하는 테일게이트(Tailgate) 파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테일게이트 본인들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흥겹게 놀기도 하고, 승패를 놓고 치열한 논쟁도 벌인다.

일반적인 테일게이트(Tailgate) 파티 모습 / 출처 : www.race-brewers.com

슈퍼볼 게임에 쏟아 부어지는 광고비

대학 축구에 대한 관심도 엄청난데, 그 모든 미식축구 경기의 종합판인 슈퍼볼에 대한 열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이 같은 슈퍼볼 열기에 뜨겁게 달아오르는 곳이 또 있다. 방송국과 광고주들이다. 정규채널, 케이블 채널, 위성 채널을 통틀어 무려 200여 개가 넘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25% 이상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슈퍼볼 게임은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방송국은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올해 2월 4일 경기 시청자는 약 1억 3백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미국 인구가 3억2천 6백만 명임을 생각하면 전체 인구의 31.5%가 슈퍼볼을 시청한 셈이다. 사실 1억 3백만 명은 평균보다 적은 수치다. 2015년 경기는 1억1천 4백만 명이나 시청하였다.

슈퍼볼 경기에 30초 광고를 내보내는 비용은 과연 얼마일까? 특히 슈퍼볼의 하프 타임이 가장 치열한 시간대인데, CBS조사에 따르면 올해 30초 광고 단가가 무려 5백만 달러 (한화 약 55억 원)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이날을 위해 신규 광고를 선보이는데, 직접 만드는 경우도 많지만, 소비자들에게 아이디어를 모아서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도리토스 (Doritos)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그만큼 이날 광고의 시청자 반응에 따라 해당 기업의 명암이 갈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슈퍼볼 경기의 광고는 중요하다.

슈퍼볼 광고의 주목할 트렌드: 나눔 기반의 CSR

일반적으로 슈퍼볼 광고는 재미와 위트 넘치는 광고로 많은 미국인들의 시선을 붙잡으려 한다. 또한, 그 당시의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녹아든 광고들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예를 들면 작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정치적 이슈가 녹아든 광고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광고는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후폭풍을 겪기도 했다. 어쨌든 올해는 어떤 새로운 주제들이 등장할까도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올해의 새로운 광고주제는 바로 기업들의 “나눔”이다. 특히, 세 광고에서 두드러지게 보였다. 버드와이저 회사인 앤하우져-부쉬 인베브, 또다른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알토이즈, 그리고 현대자동차가 그 주인공이다.

첫째, 버드와이저 맥주 회사인 앤하우져-부쉬 인베브(Anheuser-Busch InBev)의 경우를 보자. 앤하우져-부쉬 인베브는 이번 슈퍼볼에 버드와이저 광고에 물 기부를 주제로 하는 광고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버드와이저의 “Stand By You”캠페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국 적십자와 협력한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캔에 담은 물을 자연 재해로 고통받는 지역에 기부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앤하우져-부쉬는 지난 30년간 재난 구조의 한 도움으로 물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약 7천9백만 캔의 물을 재난지역에 기부했다. 그러나 이렇게 광고로 내보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버드와이저의 2018 슈퍼볼 광고, “Stand By You”: 물 기부를 주제로 한다.>

 

또 다른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알토이즈 (Stella Artois)의 광고는 Water.org조직과 함께 했다. Water.org는 유명 배우 맷 데이먼이 세운 자선 단체다. 이 광고에는 맷 데이먼이 직접 등장해서 스텔라 알토이즈 맥주회사와의 협력으로 개발 도상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Water.org와 아마존에서 13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한정판 유리잔을 사면 3달러가 기부되면서 자선 활동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텔라 알토이즈의 2018 슈퍼볼 광고: 맷 데이먼이 출연해 개발 도상국에 필요한 물 기부를 다뤘다.>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가 가세했다. 현대도 60초 광고에 소아암과의 투병과 관련된 광고를 선보였다. 30초에 약 55억이니 통합 무려 110억 원이 투자되는 광고다. “호프 디텍터 (Hope Detector)”라는 제목으로 4번째 쿼터에 내보내어 진 이 광고는 “현대 호프 온 휠즈(Hyundai Hope on Wheels: 휠체어에 거는 현대의 희망)”이라는 비영리 조직에 관한 것이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이 조직은 그동안 1억3천만 달러를 소아암 연구에 기부했다. 2월 4일에 방영된 후, 유튜브에 포스팅 된 지 하루만인 2월 5일엔 이미 2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대 모토 미국 마케팅 책임자(CMO)인 딘 에반스 (Dean Evans)는 한 인터뷰에서 이 광고를 “사회적, 정치적 환경 때문에 시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광고를 맡은 광고 에이전시 이노션(Innocean)의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에릭 스프링거 (Eric Springer) 또한 “현대 브랜드의 가치는 차를 파는 것만이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의2018 슈퍼볼 광고, “Hope Detector”: 소아암 연구에 기부해온Hyundai Hope on Wheels와 그 가치를 강조하며 ‘희망’의 메세지를 잘 표현했다. >

 

미국 빌라노바 대학교의 마케팅 교수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슈퍼볼 광고 중 CSR 관련 이슈의 광고는 약6.4%에 불과하다고 한다. 테일러 교수는 올해를 포함, 향후 더 많은 슈퍼볼 경기에 CSR 관련 이슈를 담은 광고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특히 반응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이런 접근이 일시적인 트렌드가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오히려 광고 효과를 노린 기업의 CSR로 인식되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향후의 슈퍼볼 광고에 어떤 식의 CSR과 나눔이 광고로 등장할지 의미 있는 변화에 대해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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