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성추행 女감독, 영화계 퇴출 움직임… 폭로→수상박탈→제명
동성 성추행 女감독, 영화계 퇴출 움직임… 폭로→수상박탈→제명
  • 정시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2.0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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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출처 : 픽사베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1년만 빨리 진행됐다면, 2017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은 달라졌을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주인공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었다. 당시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은 뜨거운 감자였는데, 그의 7년 전 성폭력 혐의로 인해 수상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는 ‘미투 운동’이 벌어지기 전. 결국 아카데미는 케이시 애플렉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줌으로써 ‘예술과 예술가를 구분 지어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에 대한 큰 의문을 안겼다.

그리고 그 사이 하이 웨인스타인으로부터 촉발된 ‘미투 운동’이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를 휩쓸었다. 아무리 유명 배우이고, 아카데미라고 해도 여론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실제로 올해 케이시 애플렉은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 불참을 공식화 했는데, 이를 두고 AP통신은 “미투 운동의 또 다른 뚜렷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명 독립 영화감독이 동성인 영화 감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 2월 1일, 감독 B가 자신의 SNS를 통해 “Me too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글을 남기면서부터다. B는 해당 글에서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 A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드디어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죄명은 준유사강간, 형량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교육 40시간 이수명령이다.

이어 B는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까지 받은 가해자의 행보는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며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호기심과 연관시키고 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자신의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 한 마디 못하는 인간을 한때 친한 언니라고, 친구라고 불렀던 내가 미웠다”고 폭로했다.

B의 약혼자라는 한 남성 역시 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장문의 심경글을 공개했다. 그는 “영화감독인 A는 반성의 기미 없이 최종심이 선고된 이후에도 아무 일 없는 듯 공식 대내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 충무로의 신예감독이라며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웃기는 점은 여러 영화상을 수상하던 그 당시 이미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 뻔뻔함을 더 이상 못 참겠어서 제 약혼자는 아무도 안 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글을 썼고, 이렇게라도 하니 후련하다며 실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고 밝혔다.

# 제2의 가해자는 학교?…은폐 의혹 증폭

이번 사건은 사건 당시 A감독과 피해자가 재학 중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이 이를 은폐하려 했고, 일부 교수들은 피해자를 비난하며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원 판결로 가해자가 징역형까지 선고받았지만,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압박했던 교수와 아카데미는 이후에도 어떠한 사과의 말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었다는 것이 피해자의 주장이다. 상벌위원회를 열지도 않았고 제명하거나 징계를 하려는 움직임조차 없었으며 오히려 가해자는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아카데미에 후원금을 내기도 하고 이름도 올렸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관리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빠른 시일 내 관련 교수 등의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진위 측은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 방지 방안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방안이다.

# 논란 후폭풍, 수상취소+제명

B에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부문상을 수여했던 여성영화인모임 측도 이를 확인, 5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B의 수상 취소를 결정했다. 이들은 공식입장을 통해 “이사회는 이 사건이 (사)여성영화인모임의 설립목적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A씨의 수상 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여성영화인모임은 여성영화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성평등 구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한국영화감독조합 또한 감독 B를 조합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감독조합 관계자는 5일 “2016년 이미 감독조합은 회원 중 성폭력 사건에 연루될 경우 영구제명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오늘 이사회를 열어 해당 감독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본인 소명 절차를 거쳐 영구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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