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더욱 확산되면서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밝히는 피해자들이 많아졌다. 실제 트위터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미투' 해시태그를 단 성폭행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들은 폭로하면서도 조심스럽다.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입 막는 명예훼손 역고소

현재 한국에서는 사실을 말하더라도 상대방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하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법조계 일부에서 법안을 폐지하거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여성계에서도 성폭력 관련 명예훼손법을 따로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 미투 운동 이전, 2016년 트위터에는 '#ㅇㅇ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단 성폭력 폭로 운동이 있었다. 문학, 영화, 미술, 음악 등 업계에서 만연하는 성폭력을 고발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운동이었다.

이중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했던 A씨는 B씨로부터 당한 강제 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B씨는 SNS에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나 한 달 후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는 사과문을 게시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대부분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에 명예훼손 등 역고소를 가했다. 역고소를 당한 피해자를 위해 모금 운동까지 일어났다. 

가해자는 명예훼손 역고소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피해자에게는 협상 수단으로 이용한다. 또한 사건의 본질인 '성폭력'이 아닌 '명예훼손'의 해당 여부로 초점을 흐리는 역할도 한다. 이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결국 역고소는 여성의 입을 닫게 만드는 무기로 사용된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문단 내 성폭력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은 보통 신인 작가나 지망생이었다. 가해자는 문화예술계 선생님이나 평판이 좋은 작가들이었다. 문제제기를 했을 때 매장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민우회 관계자는 "2017년 민우회의 상담 통계에 따르면, 법률 지원 상담자 중 역고소 관련 상담자가 31.9%에 달했다"며 "가해자가 '너를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와 같은 협박을 하면 '차라리 내가 문제제기를 안 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으나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검찰 내 성추행을 밝힌 서지현 검사도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안태근 전 검사나 최교일 의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해서 다퉈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영미권에서는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명예훼손 고소를 하더라도 형사가 아닌 민사에서 이뤄진다. 뉴질랜드, 가나, 스리랑카, 멕시코 등은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아예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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