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정보 영업상 비밀이라 보기 어렵고 근로자는 물론 지역주민 건강 위해 공개해야"
2심 대전고등법원, 영업 비밀 해당해 삼성전자 이익 해칠 우려 있다는 1심 판결 뒤집어

제공 : 대법원

법원이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 1일 판결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허용석)는 온양공장에서 근무 중 사망한 故 이모 씨의 유족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송에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중 근로자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반도체 사업장은 화학 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위해물질이 근로자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논문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알려졌다"며 반도체 사업장이 노동자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앞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노동자 건강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희망법에 따르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공장 내부의 유해물질 노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다.  이 보고서는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에게는 직업병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2014년 8월 1일, 이 모 씨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 중 급성 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이에 이 모 씨의 유족은 직업병 인정을 받기 위해 이 모씨가 근무하던 동안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해달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그가 받은 대답은 “위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우려가 있다”는 거절이었다. 보고서에 적힌 정보들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므로 공개할 경우 삼성전자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 씨의 유족은 이에 불복해 2016년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제1심법원 또한 청구를 기각했다. 이전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제2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존 판결을 모두 뒤집고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기재된 근로자 명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공개를 통해 해당 작업장의 공정 및 어느 지점에서 유해화학물질 등의 유해인자가 검출되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망인을 비롯하여 해당 작업장의 전·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나아가 해당 작업장이 있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건강 등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있는 내용 중  특히 문제가 된 `유해인자 측정위치도`의 공개 여부와 관련하여, 재판부는 “측정위치도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개략적인 도면 위에 유해인자 등의 측정위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는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더불어 유해인자 측정위치도와 다른 자료를 함께 보더라도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간 배열, 각 라인에 대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 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의 정보 등이 알려진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의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 환경에서 위해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 온양공장을 포함하여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화학제품의 사용으로 인해 사업장 내의 공기 중으로 황산,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의 유해인자, 방사선 등이 누출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근로자들의 신체․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됨은 그와 관련된 최근의 보고서, 논문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알려진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희망법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가 해당 물질과 안전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면 질병과 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등 사업장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알권리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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