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무비 스틸컷

영화의 원제인 영어를 한글 제목으로 길게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영화 수입사의 고민이 엿보인다.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면 영화 포스터의 헤드 카피를 보시라. ‘제대로 사기 치고 화끈하게 즐겨라’…. 요즘 우리가 많이 듣고 보던 말 아닌가? 가즈아~라고 통용되는 욕망의 추임새 말이다.

2014년, 헐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작심하고 ‘천민자본주의’의 배설물을 여과 없이 화면에 담아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돈, 섹스, 마약의 삼중주를 160여 분 동안 현란한 몸짓과 음란한 체위로 그려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주인공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리 상 복도 없더니만 이 영화로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움켜 쥐었다. 19금 영화답게 야한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더 없이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스코시즈는 잘 알려진 대로 ‘작가 감독’이다. 작가 감독이란 ‘일관된 형식과 주제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감독에게 내리는 헌정의 의미를 담고있다. 스코시즈는 주류 헐리우드에 속해 있으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버리지 않았다. 한때 감독의 초기작인 ‘택시 드라이버’를 나는 인생 영화로 꼽기도 했었다. 거장 감독이 이제는 ‘돈돈돈’ 하는 요즘 세태에 이런 화두를 던질 때가 되었던 참이었다.

영화는 1990년대, 조던 벨포트라는 주식 중계인이 주가 조작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벨포트는 오직 부자만을 꿈꾸며 월 스트리트에 입성한다. 처음 만난 선배는 신입사원인 벨포트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 자네도 해봐. 코카인과 창녀 이것이 월 스트리트의 입장권이야”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 그것도 월 스트리트에 그렇게 벨포트는 발을 내 딛는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능란한 말솜씨와 세련된 매너로 고객을 모아 나간다. 승승장구하다가 미국 주식 역사에 블랙먼데이로 명명된 그 날, 큰 낭패를 보고 만다. 그러나 고향 친구들을 끌어모아 교묘한 주가 조작을 하고 그 차액으로 엄청난 부를 쌓게 된다. 그는 곧 FBI의 수사 대상에 오른다. 결국, 복역을 마치고 나온 그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지만, 다시 ‘동기부여’ 강사로 명성을 쌓고 재기한다. 아직도 벨포트에게는 자본주의의 열정이 남아있다. 그는 아마도 다시 주식을 시작할 것이다. 아니면 암호화폐를 하던지.

사무실 근처 일산 호수공원을 걷다 보면 옆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단언컨대 그중의 90%는 돈 이야기였다. 인류의 역사는 ‘먹고 사는 경제사’로 요약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제는 돈에 대해 더 이상 이중적 태도를 보이지도 않는다. 솔직한 선호와 간절한 욕망은 이제 자연스러운 게 돼버렸다.

암호화폐의 열기가 뜨겁다. 제재냐 새로운 패러다임이냐 아직도 논쟁 중이긴 하나 분명한 건 인간의 욕망도 함께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돈의 노예가 될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삶의 주체가 될 것이냐는 물음은 지금 시대에 공허하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틀에서 함께 공유하고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시급히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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