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 여성 10명 중 9명 데이트폭력 경험
데이트폭력 일어나도 별다른 조치 취하지 않아
결혼 후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도

제공: 서울시

 

서울시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9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데이트폭력 피해를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거주 여성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이중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88.5%(1,770명)이었다.

데이트폭력은 보통 사귄 후 1년 이내에 폭력이 시작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데이트폭력이 일어나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데이트폭력이 결혼 후 가정폭력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혼 조사참여자 중 46.4%가 데이트폭력을 가한 상대방과 결혼했다. 이중 17.4%가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강희영 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결혼하는 경우,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데이트폭력이 여성폭력의 하나라는 사회적 인식이 약한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예방교육 및 피해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은 행동통제, 언어∙정서∙경제적 폭력,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총 4개로 구분된다. 행동통제의 경우 '누구와 있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옷차림 간섭 및 제한'이 56.8%였다.

언어∙정서∙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음'(42.5%)과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한다'(42.2%)가 가장 높았다.

신체적 폭력으로는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을 꼽은 응답자가 35%로 가장 많았다. 또한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와 같이 매우 심한 폭력을 당한 경우도 많았다.

성적 폭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이 가장 많았다. 또한 '성관계를 하기 위해 완력이나 흉기를 사용함'(14.7%), '내가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음'(13.8%)과 같이 심각한 피해도 나타났다.

데이트폭력을 당한 후 어떤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에 4개 유형 모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많았다.

데이트폭력은 폭력의 정도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의 친밀한 관계에 가려져 해결되기 힘들다. 실제 행동통제와 성적 폭력의 경우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30% 이상으로 높았다. 행동통제의 경우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또한 서울시는 시민들이 데이트폭력에 대해 알고 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적절한 예방정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2,000명의 시민 중 89.7%(1,793명)가 데이트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데이트폭력의 주된 원인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을 꼽았다. 시민들은 데이트 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서울시는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콜(02-1366)'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비, 법적지원, 피해자 치유회복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은 그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관계임을 이유로 피해를 선뜻 밝히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데이트폭력을 당하고도 문제해결 없이 결혼하고 가정폭력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발견"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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