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라는 단어에 대중의 반감이 이토록 센 적이 없었다. 지난 해 온 나라를 들썩인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인지 떠올려보면, 이 역시 바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특혜였다. 정유라가 이대에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아갈 때 같은 캠퍼스의 누군가는 학점을 따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군분투 하면서도 취업난의 바늘구멍을 통과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이제 대중은 누군가의 특혜는 또 다른 누군가가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의 침해라고 여기게 됐다. 더 이상 누군가의 특혜를 행운으로 치부하며 부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게 된 것이다.

정용화가 본인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자필 사과문

연예인 특혜를 향한 대중의 시선 역시 엄격해졌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경희대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면접에 불참했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고 합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소속사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측의 권유로 지원한 것'이라는 점과 '교수와의 개별면접을 정상적인 면접 절차로 알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한번 묶인 '특혜'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지기란 어려워 보인다.

대학 측이 유명 연예인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사례들이 자주 있었고, 유명 연예인이 군 입대 연기 수단으로 대학원 입학을 이용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정용화는 3월 5일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

박수진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자필 사과문

앞서 배우 배용준과 박수진 부부 역시 연예인 특혜 논란 속 가장 뜨거운 주인공이 된 바 있다. 박수진이 조산한 첫째 아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기간 동안 다른 산모와 신생아들이 누릴 수 없었던 면회, 모유수유, 가장 위중한 신생아들만 있는 A셀 관리 등의 편의를 병원 측이 봐줬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당시 박수진 측 역시 "병원의 지시를 따랐다"며 발을 뺐지만, 이 사안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확대될 만큼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처럼 연예인 특혜에 대한 사회적 인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할 곳은 다름 아닌 마케팅 업계다. 연예인을 활용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연예인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마케팅 업계에도 전략 수정이 일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연예인으로 인한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연예인이 다니는 학교, 연예인이 쓰는 제품이 이들의 특혜로 밝혀지는 순간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요즘이다. 억대에 달하는 모델료가 결국 소비자가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요즘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인식하고 있으며, 연예인에게 무료 협찬되는 현물 역시도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소비자들이 점점 인지하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진 특혜들의 이면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중은 이제 특혜를 제공한 당사자 외에 특혜를 누린 당사자에게도 책임을 요구 하고 있다. '나 역시 피해자'라는 말에 공감해주는 이들은 팬들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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