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작가의 성토가 공분을 자아냈다

KBS 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에는 한 작가의 글이 조회수 2만을 훌쩍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5일 오후에는 해당 홈페이지가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대체 어떤 내용의 글일까. 이 글을 쓴 작가는 본인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뉴스타파의 '목격자들'에서 근무를 했었노라고 밝혔다. 모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는 본인이 겪은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글을 쓴다고 했다. 글에 따르면, 그는 24시간 밤낮없이 주말도 반납하고 일을 했지만 수당은 커녕 160만원 남짓하는 월급을 받아야 했다. 또 밥과 커피 심부름이 그의 주 업무였다며 본인이 기대한 작가로서의 업무와 동 떨어진 잡무에 지쳤다고 했다. 이런 불만 사항을 담당 PD에게 말하니 돌아온 답은 '여기는 똑똑한 작가가 아니라 말 잘듣는 작가를 원한다'였다고. 상황은 뉴스타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근 전까지 급여를 알려주지 않았고 급여를 묻자 '공중파처럼 120만원씩은 못 줘'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사회 정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그 말을 한 정규직 PD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고 일하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현직 PD들의 폭언은 물론,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시고 회의에 들어온다거나 하는 불량한 근무태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같은 내용을 고용노동부에도 고발해본 적이 있으나 담당 조사관은 '방송 쪽은 제대로 처리가 안 될 수가 있다'는 무성의한 답을 할 밖이었다.

결국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송국 막내 스태프들이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일은 사회정의의 구현, 적폐청산 등의 대의 속에 팀원들을 독려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는 팀 내에서 일어난 갑질이라는 점에서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여전히 약자에 대한 착취가 당연시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반응도 있다.

글쓴이는 서두에 문체부장관과 방송국 담당자들이 방송계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다고 들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도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목소리가 이번만큼은 '관례'나 '내규'의 벽을 넘어 더 멀리 전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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