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방송작가유니온 페이스북

이나영 구혜선 비(정지훈) 등 톱스타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불거져 나왔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톱스타들마저도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노동환경 및 조건이 취약한 막내급 스태프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특히나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안에 과잉노동에 시달리는 막내급 작가들의 현실은 어떠할까. 최저임금보다 낮은 월급에 야근이 당연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야간 택시비 조차 지원받지 못한다는 사례가 허다하다. 앞서 언급한 배우들처럼 때로는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5년차 방송작가 A씨는 "연차가 쌓이면 상황이 나아지긴 하지만, 막내급 작가들의 현실은 암담하다. 주당 30만원 선에 그쳐있고, 이마저도 방송이 나가야 받을 수 있다. 기획비를 주는 곳도 있지만 소액에 그치고 안주는 곳도 많다. 급여 지급의 불안정성이 이들을 지치게 만든다. 좀 더 버티면 나아진다고 말하기에는 그 기간이 너무 길고 상황이 혹독하다. 1~2년 차에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10년차 방송작가 B씨 역시 "내가 막내였던 10년 전과 지금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막내들의 월급은 여전히 80~100만원 선이다. 그저 배운다 생각하고 버티라고 하는데 무책임한 말이다.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면접과 인맥으로 뽑으니 계약서 없이 일하는 경우도 상당수고 그러다보니 임금을 받지 못해도 대응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한다"라고 전한다. 

작가들은 업무상 전화통화나 이동을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 부분을 사비로 충당하는 것도 문제 제기 해야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8년차 방송작가 C씨는 "우리팀 막내는 3개월 동안 기획만 하느라 돈을 한 푼도 못받았는데 해외 촬영 때 자기 폰으로 통화를 해서 통화비만 70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 외에 촬영 때 쓴 택시비도 많은데 단 한푼도 못받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대다수 방송작가들은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 기획에서 촬영까지 수개월에 걸쳐 일해놓고 방송 편성이 불발되면 임금을 못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한다. 더러 사람 좋은 PD나 메인 작가를 만나면 막내급 월급을 챙겨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당연한 게 아니라 고마워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한다. 

방송가에서 가장 열악한 막내급 작가들이 처한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방송작가유니온이라는 방송작가 노동조합이 출범하기도 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생겼다는 소식에 작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해 12월 전국언론노조산하에 방송작가지부가 설립, 본격적인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해 3월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주당 평균 53.8시간을 일하면서도 한달에는 170만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막내 작가의 임금을 시급으로 따져보면 3880원에 불과했다. 해고도 쉬웠고 임금 체불을 경험한 작가들이 절반에 가까웠다.  

공식 출범 이후 노조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고 임신 출산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권리 침해에 대응하는 활동도 할 계획이다. 

'열정페이'를 비판하는 방송을 만들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근무 환경은 열정페이 이상으로 열악했던 방송가 막내 스태프들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의 출범이 이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계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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