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너] 황지영의 ‘사회 속의 기업 이야기’ – 여덟번째 이야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중요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행해지는 CSR의 유형은 문화에 따라 다를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말해 기업들의 CSR 유형도 동서양에 따라 차이가 있을수 있지 않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이 점을 다뤄보고자 한다.

CSR의 유형: 암묵적 CSR, 명시적 CSR

우선 CSR 개념을 살펴 보자. CSR 자체가 사실 광범위하고 복잡하고 학자들마다, 기업들마다 그에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비슷한 개념들이 CSR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 핵심은 기업이 그가 속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의 비즈니스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결과를 책임있게 고려하고 행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1953년에 출간된 보웬 (Bowen)의 책을 CSR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중요한 계기로 본다. 이후 캐롤 (Carroll)이 1979년, 1991년에 제시한 CSR피라미드 (경제적, 법적, 윤리적, 박애주의적 책임으로 분)가 CSR 유형을 정의하는데 많이 인용되어 왔다.

CSR과 문화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의미있게 볼 수 있는 유형에 대한 논의로는 Matten and Moon이 2008년에 제시한 암묵적 CSR (Implicit CSR), 명시적 CSR (Explicit CSR) 들 수 있다. 논문 저자들에 따르면 암묵적 CSR은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이익과 관심을 위해 존재하는 공식적, 비공식적 기관 내에서의 기업의 역할” (“corporations' role within the wider formal and informal institutions for society's interests and concerns”)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한 나라의 법, 규범, 그리고 다양한 기관들이 기업의 CSR을 정의하는데, 정의된 CSR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의 현안에 집중하며 사회적의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기업의 의무를 의미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Angus-Leppan, Metcalf, and Benn은 2010년 논문에서 암묵적 CSR 을 “비즈니스-정부-사회”관계의 한 부분이며 관련된 규범들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묵적 CSR, 명시적 CSR의 정의 / 출처 : Matten and Moon (2008)

한편 명시적 CSR 은 “사회적 이해 관계를 위한 책임을 가정하고 분명히 정의하는 기업의 정책들” (“corporate policies that assume and articulate responsibility for some societal interests”)로 정의된다. 따라서 명시적 CSR은 가시적이고 전략적이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CSR을 정의하고, 관련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활동을 반영한다. 또한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정의하며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러다보니 CSR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CSR리포팅과 모니터링이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명시적 CSR은 이해관계자 (소비자, 사회 활동가) 들의 압력에 더 부응한다. 많은 기업들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재난 구호 활동에 기부를 하고, 그러한 기부 활동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이런 CSR들은 명시적 CSR로 구분할 수 있다.

CSR유형과 문화의 관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CSR이 주목을 받고 많은 기업들이 CSR활동을 행하고 있는데, 국가마다 더 지배적으로 보이는 CSR유형이 다를까? 일반적으로 자원, 토지가 풍부한 나라들 (예: 러시아)은 상대적으로 한정된 자원, 토지를 가진 나라들 (예: 일본) 들에 비해 CSR과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더 늦게 깨닫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서부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절약, 대체 에너지원 개발을 동양보다 더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그렇다면 나라에 따라 암묵적 CSR 또는 명시적 CSR가 더 맞는 것으로 여겨지진 않을까? 그래서 기업의 CSR의 구체적인 양상에도 차이가 있진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 나라의 문화와 기업들이 행하는 CSR의 유형이 상관관계가 “있다”.

각 나라의 고유의 정치적, 경제적, 교육∙노동, 그리고 문화적 시스템이 그 나라의 정부, 기관, 시민들의 CSR에 대한 시각과 기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에 관해 학계에서는 특히 문화의 역할을 중요하게 본다. 문화는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우리의 매일 매일의 행동에 끊임없는 영향을 준다. 물론 다른 문화의 유입에 따라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어나기도 힘들고, 일어난다 하더라도 장기에 걸쳐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

나라마다의 문화는 기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러다 보니 기업 활동의 한 부분인 CSR에도 문화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Matten과 Moon은 그들의 논문에서 문화에 따라 암묵적 CSR 또는 명시적 CSR이 더 지배적인 경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개인주의가 강할수록, 자유주의적 시장 경제일수록, 진보주의가 강할수록, 재량권을 제공하는 정책들을 장려할수록, 그 국가에서는 명시적 CSR이 지배적인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Matten and Moor (2008)은 각국의 문화에 따라 암묵적 CSR또는 명시적 CSR이 더 지배적인 경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 출처 : Matten and Moon (2008)

실제 사례에서도 문화에 따라 지배적인 CSR유형이 다름이 증명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이케아(IKEA)의 러시아 진출에서의 조건을 들 수 있다. 러시아는 암묵적 CSR이 지배적인 나라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암묵적 CSR은 기업을 “기업-정부-사회”관계속의 한 부분으로 사회적 규범과 가치에 따라 기관이 기업의 CSR을 정의한다. 그러다 보니 이케아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Novosibirsk)에서 매장을 오픈하는데 그 지역 정부가 내건 조건 중 하나는 매장 근처에 도로와 교차로, 다리까지 건설을 이케아가 하는 것이었다. 이는 도로 건설같은 일들은 정부의 책임으로 여기고 기업들은 관여하지 않는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많은 대기업들이 지역 사회의 도시 개발까지도 기업들의 책임으로 삼고 지역 사회의 개발에 기여를 해왔다. 더구나 많은 대기업들은 그들이 행한 CSR 활동을 기업 홈페이지에 명시하지도 광고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러시아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CSR 범주에 들어가는 활동 이외에 도로 건설 등 우리 시각으로 보면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는 광범위한 활동들도 기업이 책임져야 할 당연한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실행해 온 것이다.

Matten과 Moon은 호프스테드(Hofstede: 국가들의 문화 정의, 문화 특성 구분에 있어서의 대가)의 모델을 바탕으로 인도, 한국, 일본을 암묵적 CSR측면을 지닌 국가로 구분했다. 이들 국가는 개인보다 집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장기적 관점을 가진 관계 수립∙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로 인해 암묵적 CSR이 더 지배적이라고 보았다. 반면 단기적 성향이 강하고 이익추구에 있어서 단기성을 지향하는 경향이 큰 나라들(예: 미국이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명시적 CSR이 더 지배적이다. 장기적인 시각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보니, 기본적인 활동 이외의 것을 추가 동을 잘 하지도 않고,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할 경우는 화려한 연간 보고서에 강조하는 등의 가시적,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이런면에서 유럽은 재미있는 경우다. Matten과 Moon의 논문에 따르면 유럽은 암묵적 CSR이 전통적으로 지배적이었지만, 글로벌화가 되면서 명시적 CSR이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문화로 인해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CSR 유형이 다르다는 것,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염두해 두어야 할 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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