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석, 이정훈 기자] 뇌전증(간질)'은 발작을 일으키는 뇌 질환이다. 대개 길어야 5분 정도 발작이 지속되며 환자마다 증세도 다르다. 무엇보다, 발작이 언제 일어나는지 예측할 수 없어 뇌전증 환자들은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고 점점 더 사회에서 고립된다.

한국에자이는 나우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뇌전증 환자들의 발작을 삶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표현하고 노래로 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상이 진행되는 3분 동안 뇌전증 아동들과 가족들의 얼굴에는, 발작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뇌전증 아동과 가족들에게 쉬어가는 시간을 선사한 ‘쉼표합창단-나우프로젝트’의 기획, 준비과정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한국에자이의 서정주 부장을 찾아갔다.

서정주 부장은 쉼표합창단에 단원이었던 한 아동이 디자인한 에코백과 노트, 스티커 등을 보여주며, 환한 미소로 기자들을 반겼다.

서정주 부장(Jessie)이 쉼표합창단-나우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 박민석 기자

 

- ‘쉼표합창단-나우프로젝트’는?

‘쉼표합창단’은 뇌전증 아동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한국에자이의 대표 사회공헌활동인 나우프로젝트 활동 중 하나입니다.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뜻인 나우프로젝트는, 가수 이한철 씨와 함께 2015년도부터 노래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으로 현재까지 총 3차례(장애인, 노인, 뇌전증 아동) 진행했어요.

- 뇌전증(간질)아동이 대상이네요

쉼표합창단을 기획하기 전에, 여우들이라는 사내여성모임에서 주로 노인분들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모임에서 다음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항상 노인분들만 아니라, 다양한 대상으로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다른 대상자를 찾던 도중, 뇌전증 아이들이 발작 때문에 프로그램이나 활동들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2016년도에 직원들과 뇌전증 아동들이 함께 컵 케익을 만들고 딱지치기를 하는 일회성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죠. 당시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이 프로그램에 만족하는 것을 보고, ‘뇌전증 아이들도 나우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여, 나우프로젝트의 3번 째 대상자로 선정했어요.

-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무엇?

노래를 통한 ‘뇌전증(간질) 아동들에 대한 사회인식개선’입니다. 뇌전증 환자들은 증상이 치료되면 개명을 할 정도로 사회적 편견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뇌전증 아동들은 ‘발작'이라는 특징 때문에 학교 및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들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뇌전증 아동들을 위해, 쉼표합창단의 노래가 사회인식을 개선하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쉼표합창단에 참여한 가족분들은 어떻게 모집하셨나요?

뇌전증 아동을 자녀로 둔 다섯 가족은 다누리소아청소년뇌전증지원센터를 통해 모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인식캠페인을 위해 뇌전증 아동과 가족들이 함께 나서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사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을 이해하시고 큰 용기를 내서 함께 해주셨어요.

- '쉼표합창단'에서 한국에자이의 역할은?

한국에자이에서는 프로그램 주최, 관리, 전체기획, 파트너 선정을 담당했습니다. 사내에 사회공헌만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보니,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담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획과정에서부터 (체게바라 기획사와 같은) 외부업체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특히, 쉼표합창단의 이한철 감독님은 프로젝트의 총괄 감독으로 프로젝트를 공동주최하며 모든 부분에서 의사결정을 함께 했습니다.

- 나우프로젝트, 성과 측정도 따로 하나요?

성과측정은 정말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현재 성과측정체계는 없지만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우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자료 발신 횟수, 참여자들의 수, 설문조사 횟수’와 같은 정량적인 성과들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자꾸 들더라고요. 진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나. 생각하는 사고의 변화가 있었나가 중요한데, 그것을 측정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올해에는 캠페인 후에 국민청원도 해보고, 어떤 것들이 변했는지 설문조사도 해보면서, 자료집으로 만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참가자(뇌전증환자아동들과 가족)들이 쉼표합창단 프로젝트에 참여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참가자들이 가장 달라진 점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 간의 소통 증가로 인한 관계치유입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님들이 말씀하시길, 아이들이 ‘내가 부른 노래가 멜론에 나왔어!’, ‘내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나와!’라며 자신이 참여한 일에 대해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가족들 간의 소통도 늘었다고 합니다.

또, IBE(International Bureau for Epilepsy)라는 뇌전증 관련 큰 단체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쉼표합창단 영상을 2월에 열리는 ‘인터네셔널 애플랩시데이’(International Epilepsy day)라는 행사에 홍보자료로 쓰고 싶다고 했던 이야기를 가족분들에게 말씀드리니까 정말 좋아하셨어요.

쉼표합창단을 처음 시작할 때, 참가한 다섯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친해지고 이해하는 모임을 가졌던 시간이 기억 남아요. 당시, 부모님들이 아동들과 함께 겪었던 힘들었던 일들과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뇌전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서로 공감하고, 직원들은 뇌전증이라는 장애를 더 이해하게 되고 프로젝트 진행에 동기부여가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정주 부장이 보여준 나우프로젝트의 결과물들 /박민석, 이정훈 기자

- 쉼표합창단과 나우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은? (쉼표합창단도 시즌2 계획이 있으신가요?)

한국에자이에서는 매년 테마를 정해서 나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쉼표합창단 시즌2는 계획된 바는 없고, 올해 나우프로젝트는 암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나우프로젝트’란?

나우프로젝트는 저에게 있어 ‘아이’와 같아요. 준비 기간과 산통을 거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성장하는 것처럼, 성장해가는 소중한 아이를 보는 것 같아요. 나우프로젝트가 더욱 의미 있는 방향으로 잘 성장해서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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