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없는 세계' 스가쓰게 마사노부, "기업의 가치, 사회적 공헌에서 판가름"
'물욕없는 세계' 스가쓰게 마사노부, "기업의 가치, 사회적 공헌에서 판가름"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1.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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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없는 세계' 스가쓰게 마사노부 (제공 도서출판 항해)
'물욕없는 세계' 스가쓰게 마사노부 (제공 도서출판 항해)

자본주의의 이기심과 천박함에 지친 이들이라면 혹은 이를 극복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일본의 편집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 대표 이사 스가쓰케 마사노부가 쓴 책 '물욕없는 세계'를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제목만 보면, 욕심을 비우고 무소유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건넬 것 같지만 이 책은 누구보다 인간을 믿고 미래를 희망하는 책이다. 자본주의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 시점, 인류가 이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더 나아지고 있는 현상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됐다라고 말하고 있는 책이다.

지난 해 10월 저자를 한국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눈 것에 이어 올 1월에는 서면으로 또 다시 '물욕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자 강연회 등, 이번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한국 독자들에게 좋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많이 고민하는 걸 보면서, 어쩌면 일본 보다 더 빨리 물욕이 없어지는 이 세계적 경향이 앞서나가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물욕이 없어지는 현상, 즉 물건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은 선진국 병이다. 유럽이나 일본 보다 어쩌면 한국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결국 한국사회의 성숙도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물욕이 강한 계층들이 여전히 상당한데...

최근 소비자 1500명의 경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봤을 때 한국과 일본 사람들 사이에 소비관의 차이는 사실 거의 없었다.

-저자의 집필 동기가 궁금하다

일본의 어느 패션 웹 사이트에서 연재한 글에서 시작된 책이다. 그 웹사이트의 대표가 '패션이 죽어가요. 사람들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아요'라는 고민을 토로하길래 그런 현상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작이었다. 패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조사해보니 패션 뿐 아니라 전체적인 소비 자체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하향세더라. 소비사회가 저물어가는 이 현상에 대한 고민을 넓혀간 것이 바로 '물욕없는 세계'다.

-기업 컨설팅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책에서는 더 이상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경영에만 목을 매는 시기는 끝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이슈들을 기업의 리더들에게 전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나.

사실 기업 오너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한 적은 없지만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스는 비지니스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는 더더욱 돈과 이윤만을 바라는 기업들은 블랙 기업으로 비난받게 될 것이다.

-일본의 기업들에는 그런 의식들이 공유되어 있나.

일본 역시도 여전히 오로지 이윤추구만이 목표인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글로벌화 된 사회에서는 그런 기업들은 인정받을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돈만 쫓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일본의 유니클로나, 도요타 같은 기업에서 과거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게 뭔가를 찾고 있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책임의 이슈들이 뜨거운 화두다. 하지만 아직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시늉에 그친다는 분석이 우세다.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경제적 가치 이상의 가치에는 무딘 편인데, 조언을 해준다면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현재까지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취미 정도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기업의 본질이 될 것이다. 물질 및 서비스의 공급 과잉이 시달릴 향후 사회에서 기업의 가치는 물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것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책에서도 썼듯, 앞으로 물질과 돈의 가치는 점차 하락할 것이므로 기업에 중요한 것은 사회 공헌도이다. 연봉과 자산 액수가 좋은 의사, 좋은 교사의 평가 기준이 아니듯 좋은 기업의 기준도 이익률과 주가를 넘어 더 인격적인 평가에 기대게 될 것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헌하면서도 이익을 내는 어쩌면 당연한 윤리관이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열풍이 대단하다. 전세계적으로 규제의 움직임들이 포착되는 요즘, 여전히 가상화폐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하고 있나.

가상화폐가 기존 법정 통화의 대체물로 인식되는 한, 이것은 그다지 새로운 도구가 아니다. 가상통화의 가장 급진적 가능성은 이것이 더는 돈 버는 일에 허덕이지 않아도 된다는 가치관을 상징하는 도구가 될 때이다. 돈은 공동의 환상일 뿐, 실제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돈은 인생을 걸면서까지 추구할 대상이 아니라는 가치관을 나타내는 도구이자 매체가 되었을 때 가상통화는 일종의 완성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세계는 또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패권주의, 북한 정권, 그 외 극단적 단체들로 인해 불안정한 요소들이 산적해있다. 저자가 바라볼 때 가장 불안요소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미래 사회의 최대 불안 요소는 자유가 주는 무게이다. 인간의 역사는 보다 많은 자유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지만, 자유롭다는 것은 속박이 없는 대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현 시대는 기업에도 속하지 않고 예전처럼 국가의 지배를 받지 않고 살 수 있게 됐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가지지 않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무척 자유롭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자와의 접점이 너무 빈약해서 무척이나 고립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관계성을 거부하거나 혹은 멀리하고 부담 없이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자유 아래서 고독함을 느끼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휘청거리는 사람도 있다. 혹자들은 이 견딜 수 없는 자유의 무게에서 도망치기 위해 구태의연한 제도나 집단에 속하고 싶은 유혹마저 느낀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사회는 점점 보수적으로 변하고 정체하게 된다. 점점 더 많은 자유를 추구할 수 있게 될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을 고립에서 구해줄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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