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유플러스 사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LG유플러스 홈페이지 제공

수직적 조직문화 타파를 위해 직급 간의 호칭을 없애는 호칭파괴의 시대가 왔다.

호칭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담긴 표현이다. 호칭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조직의 문화가 묻어난다. 스타벅스와 구글에서는 직원을 ‘파트너’ 혹은 ‘구글러’라 부른다. 직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직원들과 수평적 소통을 하겠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일  LG유플러스는 LG 계열사 중 처음으로 직원부터 CEO까지 호칭에 `OO님`을 붙이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지난 11일 과거 모든 직원을 ‘매니저’라고 불렀던 호칭을, ‘OO님’이라 바꾸고 범위를 임원과 팀장까지 확대했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CJ는 앞서 2000년에 이미 호칭을 없앴다. 회장부터 직원까지 호칭을 ‘OO님’으로 통일하고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부터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 직책을 제외한 직원 간 호칭을 ‘OO님’을 사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직급제와 임원제를 폐지하고 호칭을 `리더 또는 OO님`으로 통일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호칭을 평등하게 바꾸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직급에 따른 보고 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평적인 소통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도 대기업들이 직원들 간 호칭을 바꾼 적은 있으나 이번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임원까지 포함해 눈여겨볼 만 하다.

호칭파괴를 도입했다가 정착시키지 못하고 옛 호칭 체계를 다시 선택한 기업들도 있다. KT,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KT는 2009년부터 5년 동안 직급 대신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하다가, 2014년 다시 기존체제로 돌아갔다. KT 관계자는 "업무 권한을 명확히 하고 직원의 사기 진작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제도를 재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 또한 2011년부터 5년 동안, 매니저, 팀 리더, 그룹 리더와 같은 영문 호칭을 사용하다가 작년, 직급체제로 돌아갔다.

포스코 관계자는, "한글로 된 직급으로 부르는 것이 원활한 소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고, 많은 외부 고객사들에서도 영어 호칭이 불편하다는 말이 나와, 이와 같은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조직문화컨설팅업체 조직문화공작소 관계자는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뿌리 깊게 깔린 행동의 동인이 되는 구성원들의 암묵적 가정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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