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물욕'이 없어진 다음에는...
세계의 '물욕'이 없어진 다음에는...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1.17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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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없는 세계'라는 제목만으로 짐작되는 이 책의 주제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마음을 비우는 명상 정도였다.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 편집부를 거쳐 여러 잡지의 편집장을 역임한 일본의 스가쓰게 마사노부가 쓴 책 '물욕없는 세계'에 대한 첫 인상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소 쉽게 읽히는 경제학 책에 더 가깝다. 저자는 책을 통해 소비의 둔화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의견이 제법 솔깃하게 들리는 이유는 책 속에서 꽤 날카롭게 쫓아간 현대인의 물욕에 관해 실생활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제법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포화 상태라고 말하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이라고 정리한다. 새로운 시대에서는 보다 많은 이들이 물질적 욕망보다는 가치있는 것에 더 방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도 전망한다.

이는 이미 소비의 주축이 된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과도 일맥상통해 결코 그의 이야기를 흘려들을 수 없게 만든다.

물욕없는 세계로의 이행의 증거로 저자는 패션지의 몰락,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의 부상을 꼽았다. 패션을 사치품으로 제시하는 방식보다는 가치 있는 라이프의 한 수단으로 멋스럽게 제시하는 방식이 독자들을 더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패션지들이 줄줄이 폐간 선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패션 소비에서 라이프 스타일 소비로의 이행은 성숙한 필연적 결과라는 저자의 말에서 '물욕없는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괜스레 높아진다.

이외에도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커스터마이징, 공유경제, 가상화폐 등 2018년 대한민국 땅에서 뜨거운 화두인 미래적 시스템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꽤나 자리를 잡은 커스터마이징의 경우, 고객이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때 소비하는 시스템이 고착돼 더더욱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한국에서도 자리잡은 쉐어 하우스, 카 쉐어링에 이어 가까운 미래에는 육아 역시도 쉐어링 하는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측 역시 흥미롭다. 단순히 친구와 함께 사는 공유 주거의 형태가 아닌 육아와 같은 특정 목표를 둔 쉐어 하우스인 셈이다. 설계부터 육아를 신경 써서 공용 거실 등에 아이들의 공간을 만든다거나 함께 사는 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놓은 주거 단지는 우리로서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지지만 실 제 일본에서는 실험 중인 형태라는 점이 놀랍다.

그렇다면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가상화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저자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역시도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정의한다. 국가나 중앙은행의 지원이 없는 혁명성을 지닌 이 화폐는 가상성으로 인해 문제의 요소도 있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그 역할이 광범위해 질 것이라는 주장을 은연 중에 전하고 있다.

그리고 현 시대 우리가 돈에 기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 가상화폐의 시대에는 일어 날 수 있다는 핑크빛 전망을 같이 들려준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예측은 사람의 감정이 돈에 직접 반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래에는 기존 화폐가 가진 신용도에 윤리적, 감정적 가치 역시도 포함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들려주는 미래에 대한 전망은 지금으로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이 들리지만, 양극화 저성장 불평등의 문제 속에 대안을 요구받는 자본주의가 이런 시대로 이행하게 된다면 그것은 인류의 진일보라 할만할 것이다.

경제적 언어가 전부가 아닌 물욕없는 세계, 어쩌면 매우 가까운 미래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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