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의 #I AM 캠페인 영상에 출연한 아시아계 아티스트들

 

글로벌 브랜드에서 인종차별적 광고가 여전히 흘러나오는 2018년이긴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한대로 내버려두며 견디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시대로 진화한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블랙으로 물들인 여배우들의 미투 캠페인에서도 이런 희망들은 발견되었지만, 이에 앞서 미국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업계의 아시아계 아티스트, 리더들의 단체, CAPE(Coalition of Asian Pacifics in Entertainment)에서 행동으로 옮겨진 희망의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라는 세계 속에서 아시아계 배우의 자리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중화권 출신 월드스타 성룡 역시 액션 배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할리우드 무대에 진출한 몇몇 운 좋은 한국 배우들을 만나면 그들의 행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곳에서 직면한 한계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 수년간 살아온 아시아계 배우들은 CAPE라는 이름으로 뭉쳐 그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들은 CAPE이라는 단체의 25주년을 기념한 지난 2016년, I AM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조성해 아시아계 배우로서의 고민, 철학, 꿈, 희망 등을 털어놓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들의 캠페인 영상은 유투브 등의 채널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고, 이를 본 수치는 400만명을 웃돈다.

영상에는 다니엘 대 김, 스티븐 연, 이기홍, 제시카 고메즈 등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아시아계 배우들이 다수 참가했다.

한국계인 메건 리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제시카 고메즈는 어려서부터 엔터테이너로서의 꿈을 키워왔지만 롤모델 마저도 제한적이었던 사실을 이야기 했다. 제시카 고메즈는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롤 모델은 포카혼타스와 루시 리우 뿐이었다고 말했고, 메건 리는 동양인하면 떠올리는 편견적인 캐릭터들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단순히 그들이 겪은 절망의 경험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제시카 고메즈는 "나는 내 혈통이 자랑스럽다"라며 "루시 리우라는 롤모델을 나는 너무나 좋아했다. 늘 미녀 삼총사 캐릭터로 놀이를 할 때마다 나는 루시 리우 역을 맡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극히 적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먼저 걸은 길을 자신이 또 한 번 밟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뿌듯함이 느껴진 인터뷰 였다.

메건 리 역시 자신이 한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며, "동양인 여자였지만 학교에서 인기도 많고 재미있으며 활발하고 패셔너블한 캐릭터를 맡았다.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캐릭터였다"며 흥분해서 이야기 했다. 그녀는 앞서 대다수 동양계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친구 아니면 의사였지만 조금씩 바뀌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이기홍은 여전히 한글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한 때 영어식 이름을 쓸까 고민도 해봤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을 전세계인들 모두가 제대로 발음할 수 있듯이 내 자신이 스스로 유명해져서 내 이름 석자를 알도록 하는 것이 더 뜻 깊게 느껴져 여전히 이기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들은 I AM이라는 캠페인에 이어 오로지 동양인 배우만 출연한 짧은 시트콤도 촬영해 함께 올렸다. 모두가 동양인임에도 다양한 역할이 존재하고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연기가 존재하는 이 영상은, 가장 세계적이지만 여전히 배타적인 할리우드 세계에 전하는 고상한 경고다.

이외에도 CAPE의 활동은 고무적이다. 리더스 펠로우쉽, 뉴 라이터 펠로우쉽 등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여러 생산적인 포럼을 통해 서로간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하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CAPE 속 배우들의 이야기를 접한 전세계 인구가 수백만에 이른다. 이들은 분명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간 용기 있는 이들이며, 이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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