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칼럼] '1987', 한 밤의 꿈은 아니리
[박준영 칼럼] '1987', 한 밤의 꿈은 아니리
  •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 승인 2018.01.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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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1987’의 엔딩 곡은 ‘그날이 오면’ 이다. 타이틀이 자막으로 올라갈 때 이 노래가 오버랩 되는데 영화 ‘신과 함께’를 보면서도 참아냈던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그날이 오면’의 그날이 빨갱이 나라로 해방되는 날이지? 하면서 신나게 패던 형사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두 가지가 생각났다. 하나는 영화로 만들기엔 너무 빠르지 않나? 과연 그 시대의 모습을 얼마나 잘 재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고 두 번째는 나름 영화 제작한다고 분주하게 살아가는(기획만 수년째다..) 필자로선 좋은 아이템을 뺏겼다는 가당찮은 느낌이 든 것도 솔직한 생각이다.

연일 언론에 영화에 대한 호평과 함께 며칠 전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속 사실과 허구를 비교해 보는 기사가 경쟁적으로 도하 매체에 실리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다. 이런저런 계산 다 떠나서 참 다행이다.
영화감독은 장준환이다. 오랫동안 영화를 찍지 않아 여배우 문소리 씨 남편으로 오히려 잘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작품이 ‘지구를 지켜라’라는 똘기 가득한 영화인 데다 흥행에 재미를 보지 못해 이후 과작에 허덕이며 세월을 견디더니 드디어 한 방을 터뜨리고 말았다.

역사적 배경을 간단히 훑어보자. 1980년 ‘서울의 봄’을 박살 낸 군인세력은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옹립하기 위해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한다. 이어지는 철권독재의 시대. 결국, 맞서 싸우는 전위 세력은 대학생이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세력의 중심은 학생들이었다는데 누구도 부인은 못 하리라. 82년 들어 어느 정도 정권의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한 전두환 정부는 ‘학원자율화’ 정책 등으로 유화책을 쓰기 시작한다. 바닥에서 조용히 준비하고 있던 학생운동 세력도 점차 조직을 꾸리며 전면적인 반독재 투쟁을 시작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리의 싸움과 구속, 그리고 분신투쟁까지. 도덕성을 상실한 정부로선 폭력과 폭압이 없이는 정권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내외적 모순과 격돌이 터진 게 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이었다.

맨 처음 ‘쇼크사’로 보도한 중앙일보 신 기자, 그리고 이 보도를 받아 끈질기게 파헤친 동아일보의 윤 기자, 법대로 시신을 부검케 한 최 검사, 부검결과를 용기 있게 발표한 황 박사, 고문 은폐 조작 사실을 알린 교도관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는 많은 영웅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수 언론이나 공안검사나 공무원인 교도관까지도 나름의 직분을 지켜내며 폭압 통치에 균열을 내게 만든 힘은 80년 이후 7년 동안 쉼 없이 분노하고 투쟁하고 희생했던 축적물들로 연유한다.

영화와 사실이 다른 점 몇 가지만 짚어보자. 최 검사(하정우 분)의 실명은 최환이다. 그는 공안검사로 명성이 자자한 엘리트 검사였다. 박종철 사건을 이대로 넘겼다가는 향후 검찰조직에 해를 끼칠 거라는 판단에서 ‘법대로’를 외쳤고 이후에는 영화완 다르게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출세 가도를 달린다. 중앙일보 신 기자도 첫 보도만 했을 뿐 후속 취재가 붙지 않아 이후 동아일보에 주도권을 넘기고 만다. 정론·직필의 기자는 당시에도 소수였다는 얘기다. 연희네 가게 이야기는 극적 재미를 위한 허구다. 연희네 슈퍼는 옛 정취를 간직한 곳(목포 서산동)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이제 정말 그 날이 왔을까? 진일보한 것은 명확하다. 피로써 지켜내고 쟁취한 민주주의 제도는 우리 사회의 가치를 높인다. 그것이 민주주의 힘이다. 박종철과 이한열도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길 꿈꾸었을 것이다.
사족, 박종철이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대학선배 박종운은 이후 박종철의 생각과 대척점에 서 있던 모 정당의 공천 주위를 맴돈다. 아이러니한 건가 아니면 서글퍼지는 역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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