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커진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방법으로는 우리 세대를 만족시키기 어려워요. 우리 세대는 그저 돈만 벌 뿐, 그 회사가 하는 일이 돈 이외의 가치를 낳고 있다는 느낌이 없으면 그곳에서 일하려 하지 않아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확실한 이념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운 시대에 놓여 있는 것 같아요."

일본의 스가쓰케 마사노부가 쓴 책 '물욕없는 세계'에서 저자와 만난 유니클로를 퇴사하고 창업한 1987년생의 바이 빈의 이야기다.

2018년 1월 현 시점에는 바이 빈이 전하는 메시지를 비단 유니클로 뿐 아니라 글로벌 SPA 브랜드 H&M이 들었으면 한다.

 

 

 

H&M 홈페이지 제공

 

H&M은 지난 8일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이라는 로고의 후드티를 흑인 아동에 입힌 사진을 온라인 스토어에 게재해 몰매를 맞았다.

H&M과 콜라보레이션을 한 가수 더 위켄드(The Weekend)를 비롯한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랜드를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했고, 전세계 다수의 시민들이 H&M의 인종차별적 행태를 목격하고 비난했다. 결국 브랜드는 사과를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안그래도 환경오염과 노동착취의 주범으로 몰린 SPA브랜드의 이미지는 악화될 밖이다.

H&M 외에도 미국의 도브 역시 지난 해 흑인 여성이 자사의 제품을 쓰면 백인이 된다는 내용의 인종차별적 광고를 선보였다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해 사과를 하고 광고를 모두 내린 일도 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아베크롬비의 경우, CEO가 인터뷰를 통해 공공연히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바 있지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의 불매운동으로만 번졌을 뿐, 사회 전반적인 비난 여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아베크롬비의 CEO 역시 사과를 하기는 커녕, 몇년 뒤 슬쩍 아시아 권으로 매장을 확장하며 "백인만의 브랜드"라던 자신의 발언과는 모순된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은 확실히 다르다. 대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셀러브리티들이 브랜드의 인종차별적 행태에 발벗고 나서 비난하는 상황이야말로, 지금 대중이 즉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티파니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희롱을 비난하는 여성들의 미투 캠페인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외에도 티파니는 꽤 자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패션유통정보연구원의 자료, 2018 글로벌 패션 및 소비자 트렌드에 따르면 2018년도는 개인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스스로 전문가가 되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위해 싸우는 젊은이들이 있다. 현 시대를 리드해 나가고자 하는 열정 어린 젊은 액티비스트(ACTIVIST)들은 인종차별의 문제뿐 아니라, 여러 정치 사회적 이슈 등에 스스로 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주거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쉐어하우스와 같은 공유 경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그런 세대들이 브랜드의 타깃 고객이 된 지금, 브랜드는 더 이상 맹목적 소비를 세뇌시키는 고루한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과 호흡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구체적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당장 세계적 명성의 쥬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왜 소셜미디어에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드러내는지 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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