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야나 매장의 심플한 인테리어 (쿠야나 인스타그램)

 

더 적은 것이 더 좋다(fewer better)는 철학을 바탕으로 가벼운 옷장(lean closet) 캠페인을 전개하는 브랜드가 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오늘날 꽤 솔깃한 캠페인이긴 하지만, 이 캠페인의 주최가 패션 브랜드라는 점은 상당히 의외다.

미국에서 떠오르는 패션 스타트업 쿠야나(Cuyana)의 이야기다. 여성 의류 브랜드인 쿠야나는 더 적은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대신, 꼭 필요한 옷으로만 옷장을 채우라고 조언한다. 철마다 수벌의 옷을 쇼핑하지만, 매번 입을 게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옷'은 일종의 판타지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쿠야나는 바로 그 판타지를 충족하는 옷장의 필수템들이 자사 제품이라고 말한다. 소재나 실루엣, 디테일 등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 오래두고 입을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 반응도 나쁘지 않다. 심플한 디자인과 뛰어난 퀄리티, 그리고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매장의 간결한 인테리어 등은 브랜드의 철학과 쏙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인 쿠야나 제품 (쿠야나 인스타그램)

 

또 쿠야나는 자신들의 타깃 고객인 여성 소비자들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는데, 이것이 바로 가벼운 옷장 운동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옷장 속 불필요한 옷을 정리해 쿠야나를 통해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면, 쿠야나 제품을 구매할 때 10달러의 크레딧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 운동의 구체적 내용이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행동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캠페인 인 것이다.

SPA 브랜드의 범람으로 누구나 접하게 된 조악한 패스트 패션에 뒤이어 쿠야나의 이 같은 마케팅은 신선한 힐링으로 다가온다. 국내에서 아직은 SPA 브랜드의 파워가 여전하다고 하지만, 예전같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국섬유연합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 패션시장은 2008년 이후 9년만에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으며, 주요 대기업 브랜드의 매출 역시 감소했다. 패션 업계가 잔뜩 움추린 현 시점, 여전히 흑자를 내는 것에 실패한 몇몇 SPA 브랜드의 2018년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더 적은 것이 더 좋다는 쿠야나의 철학을 전하는 액자

 

여기에 지속가능함이 전세계적 화두가 된 가운데 환경오염의 주범, 제3세계 노동착취, 인종차별 등의 민감한 이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SPA 브랜드들로서는 마케팅 전략 수정 없이는 더 이상의 팽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손쉬운 도구다. 단순히 외양적 멋이 아닌 자신의 철학과 정치 사회적 신념을 심플하고 간결한 패션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에 밀레니얼 세대는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 세대의 미닝아웃(자신의 취향과 신념을 커밍아웃 한다는 뜻) 트렌드와 더불어, 쿠야나와 같은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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