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김시아 기자

안 좋은 일로 남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경우에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구설(口舌)’이라 한다. ‘갑질’로 이리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는 기업이 있을까.

다음은 남양유업의 '슈퍼 갑질' 연대기다.

조폭우유사건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논란이 됐다. ‘조폭우유 사건’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당시 남양유업 영업사원은 본사에서 강매하려는 상품을 거부하는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영업사원의 폭언은 다음과 같다. “물건 못 받는다고? 그딴 소리 하지 말고 알아서 해. 죽여버린다. 진짜. 씨X 그럼 빨리 넘기던가. 씨X 잔인하게 해줄게 내가. 핸드폰 꺼져 있거나 하면 알하서해. 망하라고요 XXXX아.”

폭언을 내뱉은 직원은 사표를 내고 퇴사했다. 조폭우유사건으로 남양유업이 부정해오던 ‘밀어내기강매’가 수면으로 드러났다.

밀어내기 횡포 그리고 떡값

2013년 1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이 각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크지 않은 상품들을 본사에서 대리점에 강매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고 오히려 본사에 대한 항의 집회에 참여한 대리점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같은 해 5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밀어내기 횡포’가 사실로 드러났다. 며칠 후에는 영업사원이 ‘떡값’을 요구하는 녹취록과 그 송금 명세가 공개됐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통해 남양유업이 본사 차원에서 전체 대리점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밀어내기’를 한 증거를 포착했다. 남양유업 이사진과 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욕설 영업’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한편 남양유업이 2015년 말까지 대리점주에게 ‘밀어내기’를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큰 논란을 빚었다.

임신 여직원 해고사건

국내 분유 업계 1위였던,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한다’던 남양의 횡포 대상에는 여직원들도 빠지지않았다. 2013년 YTN 취재 결과 남양유업이 여직원이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꿨고 임신을 하면 회사를 그만두도록 압박했던 것이다.

이후 남양유업을 검찰에 고발한 여성단체연합·여성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남양유업 본사 직원 2천700명 중 고객센터 등을 제외하면 기혼 여성은 6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모두 계약직인데, 결혼 전에는 정규적이었다가 결혼 후에는 계약직으로 전환, 신분이 바뀌며 임금은 10% 가까이 삭감되고 각종 수당도 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은 것이다.

알바생 400만원 갑질

갑질도 대물림할 수 있었나? 이번엔 대리점이다. 본사 갑질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남양유업 대리점이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대학생 A 씨는 남양유업 한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우유배달을 시작했다. 매일 새벽 우유배달을 한 A씨가 받는 월급은 32만 원이었다. 이후 한 기업의 인턴으로 합격한 A 씨는 대리점주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점주는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근로계약서에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못하면 배달 가구당 5만 원씩 배상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이다. 80가구에 우유를 배달한 A 씨는 400만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어렵게 후임자를 구해야 했다.

계약 내용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할 수는 있으나,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 금지나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부분을 침해했다고 생각할 때 사업주가 청구한 금액은 명백한 ‘갑질’이다.

이에 관해 남양유업 본사 측은 남양유업 대리점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본사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끊임없는 갑질은 결국 불매운동으로…

온 국민의 분노를 부른 남양유업의 행패는 큰 불매운동을 불렀다. 불매운동의 지속성이 크지 않아 실제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 기업 활동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가치가 떨어진 남양유업은 2017년 출시한 냉장커피 ‘프렌치카페’ 시리즈 등의 신제품 CI 위에 빨대를 부착하기도 했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가한 ‘조폭우유사건’ 녹음파일이 공개되기 바로 전날인 2013년 5월 3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117만5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논란 이후 하루 만에 8.59%, 1주일 만에 15% 급락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떨어져 현재가는 68만 5천원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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