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너] 황지영의 ‘사회 속의 기업 이야기’ –  일곱번째 이야기

지난 십년 간 경기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기업들의 자선 기부 규모는 계속 증가해왔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기부 활동의 현황과, 소비자들의 인식, 그리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기부 활동이 (결과적으로) 기업에게도 더 많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기부 활동 규모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부 관련 단체인 Giving USA (Givingusa.org)는 매년 한 해의 기부 규모를 발표한다. 2017년 6월에 나온 Giving USA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재단, 기업이 기부한 금액은 3천 9백억 달러이고, 기부 수혜자들은 크게 9개 부문 (종교, 교육, 휴먼 서비스, 재단, 헬스/보건, 공공-사회 이익, 예술/문화/인문, 국제 문제, 환경/동물)으로 나눠진다. 개인 차원에서의 기부는 2천 8백억 달러로 전년 대비 3.9%가 증가했다. (인포그래픽 참조)

 

 

 

Giving USA의 2016년 자선 기부 관련 인포그래픽 / 출처 : givingusa.org

 

Giving USA의 2016년 자선 기부 관련 인포그래픽 / 출처 : givingusa.org

자선 기부 규모는 지난 6년동안 계속 증가했다. 2014-2015년 2년동안 무려 10%나 증가했다. 2015년 개인과, 재단, 기업들의 총 기부 규모는 3천 7백억달러, 개인 차원에서의 기부는2천 6백억 달러에 이른다. 한번에 1억 달러가 넘는 기부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Giving USA의 리포트에 따르면, 기업의 자선 기부 금액은 2016년에는 185억 달러, 2015년에는 184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3.5%, 3.9% 증가한 수치다. 한편 포브스에 따르면 2013년 기부금액을 기준으로 한 10대 기업은 다음과 같다.

 

 


  1. 월마트 ($311,607,280)

  2. 웰스파고 ($275,478,175)

  3. 쉐브론 ($274,348,743)

  4. 골드만 삭스 ($262,580,983)

  5. 엑손 모빌 ($227,487,934)

  6. JP모건 체이스 ($210,908,786)

  7. 뱅크 오브 어메리카 ($166,453,414)

  8. 존슨 & 존슨 ($157,168,000)

  9. 제너럴 일렉트릭 ($154,800,000)

  10. 타겟 ($148,597,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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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기부 활동, 왜 그리고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그만큼의 자선 기부를 하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높고 기업들 또한 선한 의지로 자선 기부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부 활동이 가져올 수 있는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이점도 자선 기부의 중요한 동기가 된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기부활동을 하는 기업을 더 긍정적으로 여기고, 그런 기업의 상품을 더 구입하려 한다. 착한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직업 만족도도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직업 만족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들은 이윤 추구가 핵심 활동인 기업의 입장에선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기업의 기부 활동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여러가지 기부 형태 중 하나의 예로 유통업체들이 계산대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선 기부를 권유하는 경우를 살펴 보자. 비영리단체 Good Scout가 2015년에 펴낸 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55%가 계산대에서 권유 받는 자선 기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느낀다는 45% 중의 다수도 그런한 기부 권유가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기부를 안하면 느끼게 되는 죄의식 때문에 기부를 하게 된다고 답했다. 평균 기부 금액은 2달러 미만이지만 5달러 이상을 기부한다는 답변도 34%나 되었다.

 

 

 

 

 

Good Scout Group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유통업체 등의 계산대에서 자선 기부를 권유 받았을 때 기부하는 금액은 대부분 2달러 미만이지만 5달러 이상도 34%를 차지한다. / 출처 : blogs-images.forbes.com

 

Good Scout Group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유통업체 등의 계산대에서 자선 기부를 권유 받았을 때 기부하는 금액은 대부분 2달러 미만이지만 5달러 이상도 34%를 차지한다. / 출처 : blogs-images.forbes.com

주목할 것은 79%에 달하는 참여자들이 기부하고 나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65%는 심지어 가장 최근에 계산대에서 자선 기부를 권유받은 유통업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60%가 자선을 권유한 유통업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기부활동,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기업이 행하는 기부 활동은 몇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기부 요소가 포함된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다. 예를 들면 “판매액의 5%가 자선단체에 기부됩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상품이 판매되면 명시된 만큼의 수익을 자선 기부하는 것이다. 의류 브랜드 갭 (Gap)의 RED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로, RED 캠페인에 해당하는 상품 판매 수익의 50%가 HIV/AIDS 와 말라리아 관련 단체에 기부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구입한 금액을 달러 단위로 반올림하고 그 차액을 기업이 자선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5달러 20센트를 지불한 경우, 기업이 6달러로 반올림하고 차액인 80센트를 기부하는 식이다. 이는 홀푸드 마켓이나 JC페니 같은 유통업체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이나 코스트코는 일정 금액을 정해서 기부한다. 맥도날드의 경우는 계산대에 동전을 넣을 수 있는 박스를 두고 소비자들이 계산하고 남은 동전들을 자유롭게 박스에 넣게 하고 그 금액들을 모아서 기부를 한다. 실제로 이 방법으로 맥도날드는 2014년에만 해도 2천 7백만 달러를 모았다.

또한 직원들의 기부금 매칭을 통한 자선 기부도 많이 행해진다. 직원들이 기부하는 금액만큼 기업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의 자선 기부 방법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상품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기부한다거나 직원들의 기부 금액 만큼 기업이 기부하는 방식의 자선 기부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해야만, 또는 직원들이 기부를 해야만 기업이 기부를 한다. 다시 말해서 고객이나 직원이 ‘먼저’ 행동을 취해야만 기업이 기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간과해서는 안될 다른 단점 하나는 소비자나 기부 당사자들이 어디에 돈이 기부되는지에 대한 발언권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상품 구입을 통해 기부되는 돈이 환경 보존을 위한 단체에 지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기업은 정작 교육 부문에 기부한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선 기부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의도한 만큼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소비자들에게 또는 직원들에게 기부 수혜자에 대한 선택권을 주면 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들,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주자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노튼 (Michael Norton)교수는 다른 공저자들과 소비자와 직원에게 기업의 자선 기부 수혜자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어떤 반향을 얻을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실행 되었다.

우선, “소비자 당신이 먼저 행동하면 우리가 기부합니다(“you act we donate”)와 정보 중심의 소통 (“look what we did”)을 “당신이 구입하던 안하던 상관없이 우리는 기부합니다 (“we donate regardless”)와 소비자의 관여도 향상에 초점을 맞춘 소통 (“help us do it”)의 관점으로 전환했다.

더 구체적으로, 실험 참여자에게 다음과 같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하였다. 참여자에게 한 유통업체의 매장에 들어가고 매장에서 한 전단지를 받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 전단지에는 방문한 유통업체가 이번달 4천 5백 달러를 지역에 있는 세 자선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런 후에 그 전단지를 투표 용지라고 가정하고, 실험자에게 각 단체의 대의 명분을 고려해서 3 종류의 자선 단체 중 가장 많은 기부를 받을 단체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 실험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그렇게 자선 단체의 선택권을 준 경우, 소비자가 그 유통업체에서 (가상으로) 쇼핑한 금액이 증가했고 해당 유통업체의 소비자 멤버쉽 클럽에 가입할 확률도 월등히 높았다.

마이클 노튼 교수는 이 실험을 직원들에게도 적용해 보았다. 호주의 한 은행에 적용하여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직원들에게 20달러 또는 40달러에 해당하는 ‘자선 ’ 바우처를 제공하고 그들이 자선 단체를 선택하여 기부를 하게 하였다. 그 결과 자선 단체 선택권을 받은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 보다 더 행복하고 직업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소비자와 직원들에게 기업이 하는 자선 기부의 수혜자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와 직원들은 기업을 더 긍정적으로 느끼고, 소비자들은 그런 기업에게 구매 의사로 보답을 하고, 직원들은 더 높은 행복감과 직업 만족도를 느낀다.  이렇듯 기업이 자선 기부를 다양한 형태로 진행할 수 있지만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자선 기부 활동이라도 더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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