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따듯한 온정을 불우한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거액 기부’

‘○○기업 장학재단 100명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편부모 자녀들에게 장학금 수여'

우리가 신문·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사들이다. 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볼 수 있다. CSR의 개념을 살펴보면 사회적 활동, 환경보호, 인권 등 여러 분야를 포함하고 있는데 쉽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라는 뜻으로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폭넓고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위 기사처럼 기업이 사회에서 번 돈을 환원하기 위해 일정한 금액을 기부하거나 장학금 등 여러 곳에 후원하고 직원들을 봉사에 참여시키는 활동들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이렇게 시혜적이고 금전적인 후원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기업에게 바라고 있는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빈부격차, 소득의 불균형, 해결되지않은 복지시스템 문제 등 경제발전의 사각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성의 것들을 뒤집는 혁신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계획과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 인력 그리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책임을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기업에게 돌리는 것이다. 즉, 기업이라는 공동체가 문제 해결의 첫 디딤돌을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사명감과 동시에 기술·인력 제공 및 사회적 환원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하는 의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기업이 쏟는 비용과 기술력에 비해 변화는 약해 보인다. 물론 기업의 명성 및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사회공헌 백서(2010)’를 보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방해하는 내부요인으로 1위는 ‘전문성부족’ 2위는 ‘담당인력의 부족’ 이 꼽힌다. CSR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니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나 자선사업에 그치고있는 것이다. 보통의 기업은 이익창출을 목표로 한다. 기업의 관심사와 기술개발은 이익을 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자연스럽게 CSR활동의 전문성 증진을 위한 투자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없고 형식적이고 관습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CSR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함께 가지 않으면 사회적 역할에 투자하던 기업의 힘이 약해지고, 자연스럽게 의지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첫째로, 기업은 더 효율적인 CSR활동을 위해 새로운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사회적 공헌뿐 아니라 잠재적 고객층을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난방시설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열악한 난방시설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서 저소득층도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난방장치를 만들기 위해 개발기술에 힘을 쓰고,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 특별히 저소득층에게는 소득분위에 맞춰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처음에는 손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업은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저소득층 고객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선에서 공급받을 수 있으니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기업 내의 CSR관련 전문성을 높여야한다. 담당 직원을 채용하거나 관련 업계담당자들을 고문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기업의 특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영리 기업이 인력과 재정을 엉뚱한 곳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과거 CSR에 투자하고 노력했던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어 기술을 공유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영리성과 함께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경제적·기술적 한계를 일반기업이 함께함으로써 더 큰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가난한 농민들에게 비싼 관개시설 대신 그들도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관개시설을 제공하는 한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인도의 저소득층 농민들에게 전보다 나은 이익을 안겨줘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줬다. 저렴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사회적 기업의 뒤에 많은 기업들이 공익을 위해 협력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은 아직 경제적 기반이 튼튼하지 않아 공익만을 위한 기술개발을 할 수 없는 여타 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착한 기술, 착한 가격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춰 사회가 자신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도움을 찾고, 사회적 기업과 협력해 그들이 꿈꾸고 있는 아름다운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 아닐까. 자신의 기업이 생산하는 것을 그것이 필요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하며, 그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업이 사회에 가진 진정한 책임이 아닐까. [코스리(KOSRI) 정은선 기자]

자료참고

박동수·구언회, 『사회적 기업 설립과 경영』2011,영남대학교 출판부

넥스터스,『아름다운 거짓말-대한민국 20대, 세계의 사회적 기업을 만나다』,2008,북노마드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백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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