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포 119안전센터에 불법주차된 차들. / 경포 119안전센터 제공

새해를 맞은 지 8시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포대 소방서 앞을 찍은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소방서 앞을 불법 주차 차량이 가득 메우고 있다.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 사진을 공유했다. 게시된 사진에는 강릉소방서 경포 119안전센터 앞에 차량이 빽빽이 주차되어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의 차다.

게시자는 “불법 주차가 발생했을 당시 소방관들은 해돋이 인파가 모인 경포대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나가 있었다”며 “복귀한 소방관들이 소방서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현장 진입로 위의 불법 주차로 인해 먼 거리를 우회해 인명구조 등이 지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포대에 큰 사고가 났다면 또 어떤 소중한 목숨을 잃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소화전 막아선 차, 미국에서는 당장 부쉈다

'소화전 앞 주차(parking in front of fire hydrant)'에 관한 구글 검색결과. / 구글 갈무리

구글에 ‘소화전 앞 주차(parking in front of fire hydrant)’라고 검색하니 수십 개의 유리창이 깨진 차 사진들이 나왔다. 소방 호스를 소화전에 연결하기 위해 소화전 앞에 불법주차한 차 유리창을 깬 것이다. 차주는 수리비를 받기는커녕 일반 불법 주차 벌금의 몇 배를 물어야 한다.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소방서 출입구에서 최소 20피트(약 6.1m), 소화전에서 최소 15피트(약 4.6m) 떨어진 곳에 주·정차해야 한다고 주법에 명시되어 있다. 관련 규정을 어겼을 시 화재 발생에 상관없이 주별로 약 100~300달러 수준의 벌금이 부과된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토론토의 경우 도시법에 의거, 소화전에서 3m 이상 떨어진 곳에 주·정차해야한다. 이를 어겼을 시 약 100달러가량이 부과된다. 견인될 경우 최소 281달러를 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북미권보다 더 엄격하다. 1991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주거지 내 노상 주차를 아예 금지했다. 제천 참사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다. 불법 주차 과태료는 최소 60(약 8만6000 원)파운드이고, 불법주차로 견인 당할 경우 최소 167파운드(약 24만 원)를 내야한다.

또한, 위 나라 모두 소방차가 통행에 방해되는 차를 부수며 현장에 진입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손해배상 문제 때문에 견인차를 불러 불법 주·정차 차를 치워야 한다.

문제는 시민의식… 해결방법은?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며칠 만에 제천의 골목길을 다시 불법 주차가 메워 시민들의 공분을 샀었다. 누리꾼들은 “참사가 일어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배운 것이 없냐”, “또 다른 목숨을 앗아가면 어찌할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방차 진입이 지연돼 인명피해가 생긴 것은 제천 화재 참사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화재 발생 5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불법 주차한 차를 치우는 사이 3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다쳤다.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도 화재 발생 6분 만에 도착한 소방차는 불법 주차 차를 견인차로 일일이 옮기는데 10분 넘게 지체됐다. 이날 부·사망자는 130명이다. 화재진압 골든타임이 5분인 것을 고려하면 불법 주차는 잠재적 흉기다.

이에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개중 선진국은 다중 이용 시설이 밀집한 지역에는 주차를 못 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도 화재 발생 시 대량 인명 피해 위험이 있는 지역을 주·정차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는 법률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현재 청와대 청원 접수에는 ‘소방차 막는 차량 강력 처벌’이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의식 전환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강력한 법 규정을 처벌을 해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3일 시작된 청와대 ‘소방차 막는 차량 강력 처벌’ 관련 청원 게시물. / 청와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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