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선한 마케팅] CSR에 관한 학계 연구의 시사점
[황지영의 선한 마케팅] CSR에 관한 학계 연구의 시사점
  • 황지영 교수
  • 승인 2018.01.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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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처럼 CSR에 대한 관심이 사회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늘어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CSR을 둘러싼 기업과 소비자, 두 집단의 관계를 학계의 연구 결과들과 엮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에게 CSR이 중요한 이유

기업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회적 기부나 CSR 커뮤니케이션 등의 CSR 관련 활동들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 칼럼에서는 두 가지를 선택하여 설명하겠다. 첫 번째 이유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1970년 대만 해도 레비(Levitt) 같은 학자들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익 추구라고 보았다. 또한 기업 관련 이해관계자(stakeholders)에 대한 정의도 기업의 주주에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해관계자 정의의 폭이 확대되어 기업의 주주뿐만 아니라, 피고용인, 소비자, 사업 관련 파트너들, 그리고 크게는 환경까지도 이해관계자에 포함되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CSR에 대한 인식도 향상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혹은 무시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의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기업에 직접적인 항의를 하는 등 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많은 기업들이 높아진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CSR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면모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 때문이다. 학계의 연구결과들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CSR에 관한 연구는 2000년대 후반부터 굉장한 붐을 이뤘는데, 그 중 많은 연구들이 CSR은 소비자들이 느끼는/인식하는 기업 이미지, 기업에 대한 태도, 기업에 대한 신뢰, 브랜드/기업 로열티, 그리고 구매 의도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이렇게 다져진 긍정적인 인식들은 기업의 위험 관리와 평판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SR,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할까?

CSR이 기업에게만 중요한 이슈인 것 같지만, 사실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와 기업의 상호관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경우들을 생각해보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상품이 좋은 경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만, 상품이 좋지 않은 경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진 않지만, 상품이 좋은 경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도 않고, 상품도 좋지 않은 경우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당연히 1번(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상품이 좋은 경우)이다. 하지만, 3번(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진 않지만, 상품이 좋은 경우)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주고 이용하는 기업의 상품/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번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장기적으로도 좋은 것일까? 소비자가 기업이 하는 행동들, 그리고 기업의 사업 행위로 인해 생기는 파생 효과들(예: 환경에 대한 영향)에 관심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들은 그들의 활동으로 인한 피해들에 신경을 덜 쓸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업-환경-소비자를 둘러싼 선순환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될 수 있다. 그럼 결국 환경의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의 삶도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학계에는 기업의 CSR과 소비자들 개개인의 레벨에서의 책임 (consumer responsibility)과의 상관관계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소비자 책임과 관련된 변수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개인의 활동이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들이 있다. 학계 연구 결과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이러한 인식 및 관심이 클수록 CSR에 대한 관심도 높고 CSR의 긍정적인 영향 (예: 기업 이미지, 태도, 구매 의도 등)도 더 크다는 것이다.

CSR 전략: 역설적이지만 필수적인

제한된 자원을 가진 기업의 입장에선 다양한 CSR 중에서 어떤 접근이 효과적이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사실 CSR의 실행에는 많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부 하나만 보더라도 기부 이슈 (예: 지역 사회, 제3 세계 같은 심리적 거리, 여성 권리/아동 등의 중심 이슈 등), 기부되는 개체의  종류 (예: 금전적, 상품, 자원봉사 (시간) 등), 기부 정도, 기부하는 CSR 이슈와 기업 성격의 적합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이러한 CSR활동과 관련된 작은 결정들 하나하나가 소비자들의 기업 평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연구 결과들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공통점들은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제 3세계 관련 이슈들에 지원하는 것보다 지역 사회 관련 이슈에 대한 지원이,
현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상품이나 자원봉사 등의 시간/재능을 기부하는 것이,
기부하는 CSR이슈과 기업 성격의 적합도/관련성이 클 때,

소비자들은 그 기업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최근 연구 중의 하나를 보자. 2017년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가장 권위 있는 소비자 연구 분야의 저널) 12월 호에 실린 한 연구는, 기업이 CSR의 일환으로 재난 구호에 기부하는 경우, 1) 현금을 기부한 경우보다 상품/서비스/시간을 기부하였을 때, 2) 재난에 대한 통제 정도가 낮을 때  (예: 지진 같은 자연재해처럼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소비자들의 기업에 인식이 더 긍정적이라는 점을 밝혔다.

소비자들이 CSR에 대해 예민하고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어, 기업들은 겉으로 보이기 위한, 혹은 홍보 효과를 위한 CSR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 반발 등의 역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결과들도 있다.  기업이 CSR을 하는 동기가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된다는 결과들이다.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기업의 CSR 행위의 동기가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에 따라서, 전자(이기적인 동기로 인식되는)의 경우는 CSR을 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소비자들은 CSR이 활발한 기업들을 따뜻하게, 그리고 연민을 가진 주체로 여기는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결과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도 있다. 소비자들이 CSR이 강한 기업이 만든 상품의 기능/성능은 오히려 CSR이 낮은 기업의 상품보다 떨어진다고 느낀다는 결과들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소비자들이 CSR 자체에 대해서는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느끼면서도,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데서는 생각보다 기업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들은 실제 기업들에게도 이용이 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토요타의 프리우스는 상품 출시 초기에는 CSR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것을 강조했었지만, 최근에는 차의 성능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환경과 관련된 이점을 부가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프리우스의 2017년 TV 광고 :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예전과는 달리, 차의 성능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환경관련 이점을 부가적으로 언급하는 쪽으로 포지셔닝을 전환했다 /사진 출처

프리우스의 2017년 TV 광고 :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예전과는 달리, 차의 성능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환경관련 이점을 부가적으로 언급하는 쪽으로 포지셔닝을 전환했다 /사진 출처

결론적으로 기업은 CSR을 통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창출 및 매출 증가 등의 다양한 이득을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CSR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배가 될 수도 있고 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다시말해 어떤 식으로 CSR을 실행할 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CSR이라는 것이, 좋고 순수한 의도를 기반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역설적이긴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선 전략적으로 CSR을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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