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김시아 기자

아이폰의 기계적 결함을 이유로 고객의 동의도 없이 고의로 성능을 떨어뜨린 애플이 프랑스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의 ‘계획된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법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소비자단체 ‘HOP’는 애플이 계획된 진부화법을 위반했다며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1조원대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되는 등 세계 각국에서 금전적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 소송이 제기되고 있지만, 형사소송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프랑스는 2015년 소비자와 환경 보호를 이유로 기기에 대한 의도적 노후화를 금지하는 ‘계획된 진부화법’이라는 규제를 마련했다. 제조기업은 이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생산 제품에 대한 예상 수명, 예비 부품 지원 방안, 재활용 가능성 등을 담은 라벨을 제품에 부착해야 한다. 이 법을 위반할 시 경영진들은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기업에는 최대 30만유로(약 3억8천만 원) 또는 매출액의 5%까지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HOP는 AFP 프랑스 통신사를 통해 “(애플의) 이와 같은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처벌받아야 한다. 계획된 진부화로부터 소비자를 지키고 애플이 만들어낸 전자 쓰레기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의 우리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계획된 진부화'

계획된 진부화란 의도적으로 제품의 물리적 수명을 단축하거나, 부품만 교환해도 되는 상황에서 제품 자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기업들의 ‘계획된 제품 수명 단축 전략’을 뜻한다.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구글에 ‘아이폰 느려짐’이라는 검색어가 세 배 이상 검색된다. / 스태티스타(Statista) 제공

애플은 신제품 출시 기간이 되면 고의로 아이폰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 동안 구글에서 ‘아이폰 느려짐(iPhone slow)’라는 검색어를 추적한 결과, 새로운 아이폰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해당 검색어의 검색 빈도가 높아졌다.

계획된 진부화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일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린피스의 보고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2007년부터 2017년까지 71억여 개의 스마트폰이 버려졌는데 5개 중 하나가 아이폰이다. 그린피스는 ‘이 중 계획된 진부화로 버려진 멀쩡한 상품이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보고를 통해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는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참여신청자가 29일 오전 9시48분 기준 2만9,0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프랑스처럼 명확하게 전자기기에 대한 의도적 노후화를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애플에 관한 법적인 책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버클리 로앤테크놀로지 센터의 크리스 후프내글 변호사는 대부분의 국가에 “노후화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법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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