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연구원] 1997년 프라할라드 교수(C.K. Prahalad)가 처음으로 제시한 피라미드 저변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하루 2~4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40억 명 빈곤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새로운 장을 마련해주었다. 기업은 오래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재화 및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해오고 있다. 기업의 초점은 주로 구매를 감당할 수 있는 중산계층 소비자에게 맞춰져왔다. 그런데 프라할라드 교수는 인구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 부분을 차지하는 저개발국가의 빈곤층 시장의 가능성을 역설했다.

전 세계 인구 중에서 빈곤층은 약 66% 정도라고 한다. 피라미드 저변 전략은 이 수많은 빈곤계층을 자선적 대상이라는 인식을 넘어 또 하나의 비즈니스 시장으로 보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피라미드 저변 전략을 통해 저개발국을 새로운 시장이라 여기고 진출을 꾀하고 있다. 유니레버의 경우 인도에 진출해 저가의 1회용 헤어 팩을 빈곤층을 대상으로 판매함으로써 연간 4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네슬레는 인도의 빈곤층에게 요오드 결핍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요오드 성분을 추가한 매기라면을 저가로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피라미드 저변 전략은 기업에게 뿐 아니라, 빈곤계층 더 나아가 지역사회 및 저개발국가에게까지 득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경쟁력 확보 및 수익 창출을 촉진할 수 있다. 빈곤계층은 저가의 상품을 공급받음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진출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실례로 유니클로는 2010년부터 방글라데시에서 빈곤층이 구입 가능한 가격으로 그라민 단체와 함께 옷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난한 농촌 출신인 ‘그라민 레이디’를 고용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난한 농민들은 저가로 옷을 구입할 수 있고 그라민 레이디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됐다. 나아가 이는 지역사회와 저개발국가의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적 활기를 불러일으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피라미드 저변 전략으로 빈곤층 소비 시장에 접근하고 있지만 소비 역량의 지속성 같은 다양한 위험 및 부담 요소가 뒤따른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뛰어난 마케팅 전략 및 사업 활용 능력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에 피라미드 저변 전략을 활용해 저개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겠지만, 역량을 갖추지못한 기업에게 이 전략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외부의 지원을 통한 전략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자국 기업의 피라미드 저변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위해 2010년 ‘BOP 비즈니스 지원 센터(Japan Inclusive Business Support Center)’를 발족했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선진국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과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와 같은 신흥개발도상국의 성장으로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을 직면하고 저소득층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OECD의 개발
원조그룹에 속한 일본은 피라미드 저변 비즈니스가 저개발 국가 내에서 개발 이슈,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BOP 비즈니스 지원센터를 적극 설립하게됐다.

BOP 비즈니스 지원센터는 일본 자국 기업이 저개발국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지원한다. 이 지원센터는 사무국인 경제산업성과 실질적 조언을 담당하는 운영협의회 (민간기업, 정부기관, 산학기관 등) 그리고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받는 회원(기업, NGO/NPO, 지원기관)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운영협의회의 조언과 실제적인 정보를 갖고 저개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 및 그들을 지원하는 NGO 및 NPO에게 피라미드 저변 전략에 대한 교육, 관련 사업공모, 인식제고세미나 개최와 같은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저개발국과 기업 간의 정보 교환 및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매칭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국 기업이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고 포괄적 컨설팅을 통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진출 실패율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피라미드 저변 전략을 통해 저개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수는 적다. 하지만 체계적인 BOP 비즈니스지원센터를 통해 많은 일본 기업들이 저개발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피라미드 저변 전략은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를, 빈곤층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략이기에 위험 요소가 따를 수밖에 없다.그렇기에 일본의 BOP 비즈니스지원센터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한국 사회 또한 일본이 처한 환경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 지원센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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