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아이들/미디어SR.

[류미월 기자] 지난 12월 19일에는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에서 ‘코스리 진로 체험 교육 프로그램’ 수업이 각반마다 진행되었다.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별로 10개 학급에서 서봉수 바둑의 명인, 만당 최견 서예가, JTBC 이가혁 기자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명강사 40명이 수업에 참여했다. 강사들이 평생 살아온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진로에 도움이 되도록 안내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오전 9시부터 40분간 시작된 1교시 수업에, 2학년 8반에서는 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인 류미월 강사의 ‘문학의 숲과 인생 사계(四季)’ 라는 주제로 작가의 길을 탐색하는 시간이 있었다. 31명의 남녀 합반인 이 교실에는 작가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으로 눈동자들이 반짝였다.

“선생님, 저는 가시 때문에 풍선 불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그렇지만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는 니가 최고잖아, 그러면 됐어(박성우의 동시 ‘고슴도치’)” 동시로 수업을 열며 역발상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주는 멘트로 시작됐다. 우리가 산을 바라보고 바닷가에 가면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치열한 경쟁자가 아니라서 그렇다. 자연은 쉼표다. 문학의 역할은 각박한 삶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쉼표다. 예술 중에서 문학의 치유기능과 독자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이고 작가의 등용문, 작가의 장단점, 작가의 전망 등을 짚어보고 질의응답을 통해서 작가라는 세계의 지평을 넓혀갔다. 강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세계를 쉽게 설명하며 탐구에 나섰다. 평상시에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글감을 찾고 준비하는 메모들로 빼곡한 작은 수첩과 상상하며 그림 그리고 메모한 노트를 보여줬다. 강사의 글이 실린 잡지와 저서인 수필집을 퀴즈 선물로 전달하며 창작의욕을 고취시켰다. 시인, 드라마작가, 칼럼니스트, 평론가 등 각 장르별 작가의 특징과 관련된 정보를 나눴다. 드라마작가 지망생인 한 여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구체적 질문을 했다. 열기가 뜨거웠다. 내가 만난 작가들 고은, 황금찬, 도종환, 이시영, 김주영, 문정희 등 작가 관련 신변잡기와 작가들의 특징적 얘기도 나눴다. 정년이 없는 작가의 세계를 조명하며 요즘 같은 장수 시대에 노후에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은 친구 같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고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나눴다. 전업 작가로 살기 위해선 니체의 말을 인용 ‘피로 써라, 피는 영혼이다’ 치열함이 있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SNS 시대에 맞는 하상욱 시인의 짧은 시를 예로 들며 작가는 시대를 반영할 줄 아는 감각을 지녀야 함을 함께 공감했다. 글쓰기는 고통스럽지만, 반면 한편 완성했을 때의 희열감이 계속 글쓰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글을 쓰기 위해 독서의 중요성과 신문 읽기, 상상력,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좋은 글을 쓰려면 일상의 작은 소재 하나에도 우주의 큰 사상을 담을 줄 아는 기발한 상상력과 치열한 작가 정신을 강조했다.

숲속을 거닐면 봄·여름·가을·겨울이 다르고 아침·점심·저녁 시간대별로 맛이 다르다. 숲속을 산책하면 상쾌하듯 책을 읽으며 책 속을 거닐다 보면 좋은 문장 한 줄 한 줄에 머리가 맑아지고, 상쾌하고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숲도 시간이 흐르면 무성한 잎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던 나무들이 나뭇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우리 인생도 사계절이 순환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문학의 숲속을 걷는 책 읽기는 인생의 사계절을 풍요롭게 해주고 재미와 지혜와 비판력과 정보를 준다.

겨울에 맞는 삼행시 시제로 고구마, 사우나, 구세군, 함박눈이 주어졌고 고구마 삼행시로 ‘고마워요, 구슬같이 예쁜 마음으로 나를 봐줘서’라는 표현과 사우나 삼행시로 ‘사우나에 가면 우정이 쌓일 거야, 나랑 친구랑’ 이란 문장이 나왔다.

작가 세계를 탐구하고 학생들이 미래에 본인이 되고 싶은 작가를 스티커에 써봤다. 시인, 소설가, 여행 작가, 칼럼니스트, 시나리오작가, 웹툰 작가, 평론가, 동화작가... 어느새 스티커를 붙인 보드 판에는 희망의 풍선처럼 각 장르의 작가군이 빼곡하게 꽃처럼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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