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심사 여파로 가동 중지된 규슈(九州)공장. /닛산(日産)자동차 제공
무자격 심사 여파로 가동 중지된 규슈(九州)공장. /닛산(日産)자동차 제공

일본 닛산(日産)자동차가 38년 동안 무자격자가 신차 출고 검사를 하는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판매량이 추락하고 있다. 경영진의 사회 책임 의식 결여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3일 닛산자동차의 무자격 검사 문제가 드러난 후 닛산의 소형차 마치(MARCH)와 노트(NOTE) 등 일부 차종의 중고차 가격이 문제가 드러나기 전인 지난 9월보다 10~20%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중고차 거래 계약 성사율도 기존 70%에서 50%로 내려앉았다. 브랜드 이미지 악화가 중고차 시세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판매량도 급감했다. 지난 11월 일본 내 닛산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3만2,493대로 작년 11월보다 27.4% 감소했다. 일본 국내 판매량도 전년 대비 29.1% 하락했다.

닛산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지난 9월 사이에 생산한 38개 차종, 116만대를 리콜했다. 리콜 비용만 250억 엔(약 2,400억 원)에 달한다.

생산도 더뎌졌다. 검사 라인을 개선하기 위해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데 보름이 걸렸다. 생산 속도는 이전보다 20~60% 떨어졌는데 내년 3월에야 검사원들이 기존 숙련도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차는 예상 영업 이익을 연초 발표했던 6,820억 엔보다 5.8% 낮춘 6,450억 엔으로 수정했다.

지난 1999년 위기에 빠진 닛산차를 구한 것은 르노에서 옮겨온 카를로스 곤(당시 COO)  회장의 비용 감축과 이익 창출이라는 노력 덕이었다.

특히 공장끼리 경쟁을 붙여 싼 비용을 써낸 곳에 생산 물량을 할당하는 정책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각인되었다. 곤 회장은 공장 폐쇄나 계열 해체 등을 단행하는 대담한 구조 조정으로 풍전등화였던 닛산차의 V자 회복을 이뤄냈다.

그런데 지속 가능성이 배제된 곤 회장 식 이익 창출이 무자격자 검사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아사히(朝日)신문은 "경영진은 닛산차 공장의 위장이나 부정을 방치하고 생산 확대를 통해 세계 자동차 산업 패권 경쟁에 매달렸다"라고 지적했다.

닛산차 경영진은 주력인 미국 시장 판매 경쟁을 중시하면서 북미 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지난해 규슈공장의 생산 체제를 3교대에서 2교대로 바꿨다. 이때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쇼난공장 종업원을 전환 배치했다. 그런데 올가을부터는 쇼난(湘南)공장에서도 북미 수출용 차를 생산하기로 하면서 극심한 인력 부족을 겪은 쇼난공장의 무자격 검사 문제가 심화한 것이다.

경영진이 신차 검사 안전성에 대해 의식이 희박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영진은 무자격자가 몇 명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완성차 검사는 정부를 대신해 회사 측이 수행하는 중대한 책무인데도 경영진이 적절한 인력배치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밝혀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현장 감각이 떨어진 회사 상층부가 검사원의 업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소리가 나왔다.

곤 회장은 그간 "위기가 생기면 리더의 활약이 중요해진다"라고 강조해왔다. 닛산차 경영진이 이번 위기를 계기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시작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닛산차 카를로스 곤 회장. /닛산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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