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월 기자.

[류미월 기자] 날씨가 급격히 떨어지니 몸이 먼저 움츠러든다. 워밍업 할 때처럼 손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고 따뜻한 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 몸의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면역력이 5배나 상승한다니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엔 자가발전하듯 몸의 온도를 높이는 게 좋지 싶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고 피곤하고 답답할 때 사우나를 찾는 습관이 있다. 사우나에 가면 물의 온도도 온도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에게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물의 온도가 각각 다른 온탕냉탕이벤트 탕을 섭렵하고 나올 때쯤이면 몸이 이완된 덕분일까. 나를 옥죄던 생각들이 어디론가 수증기처럼 증발된 것 같다. 사우나 문을 열고나올 때면 새로운 힘이 솟는다. 목욕한다는 것이 어디 몸의 때만 씻고 나오는 것일까,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신도 목욕을 하는 것 같아서 좋다.

인근에 즐겨 찾던 탄산수가 나온다는 ‘00탄산사우나찜질방’이 문을 닫아서 아쉽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탄산수에 몸을 담그면 처음엔 차갑다가도 기포가 나오며,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묘한 상쾌함이 있었다. 큰 돌들이 달궈져서 나오는 맥반석 찜질방도 일품이었다. 고온의 돌 앞에 앉아서 비 오듯 땀을 흘리고 도를 닦듯 심호흡도 하고 몸을 달구다 나오면 온몸이 개운하고 만족감이 컸는데 경영난이 어려워 문을 닫고 볼링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스포츠나 오락 시설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요즘 들어 오래된 추억이 깃든 동네 목욕탕이 카페나 미술관 패션매장으로 탈바꿈하는 기사를 신문에서 종종 본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변경하여 ‘목욕탕 세대’ 추억을 되살리고 젊은 세대에겐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니 신선한 발상이고 새로운 문화다.

불꽃을 피우던 사랑의 온도도 변하고 주고받는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고 한다. 사람도 건강을 유지하는 36.5도의 적절한 체온 외에 상대방에게 전해지는 온도가 있다. 인상에서 풍기는 포근함이나 차가움의 온도가 있고 악수했을 때 손으로 전해지는 온도가 각각 다르다.

감기 예방이나 한겨울을 잘 버티기 위해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고작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모자와 머플러, 마스크와 장갑을 챙기고 생강차나 유자차등 따스한 음료를 자주 마시는 일이다. 그것만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가족이나 반가운 사람과의 스킨십은 마음의 온도를 높여주고 몸의 온도도 상승시켜서 건강에도 좋다.

겨울에 만나는 사람과는 악수를 자주 할 일이다. 악수(握手)가 악수(惡手)가 아닌 담에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악수는 손을 잡는 순간 친밀감이 느껴진다. 그 사람의 근황이 느껴지고 백 마디의 말보다 많은 것이 통하는 순간이다. 이때의 악수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그저 주머니 속에 핫팩(Hot Pack) 하나 있으면 된다는 사람에겐 딱히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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