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호 동구밭 대표가 발표에 앞서 군 복무 썰을 풀고 있다. / 사진 : 김시아 기자

“‘7번방의 선물’에 나오는 예승이 아빠는 지적장애, ‘말아톤’의 초원이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으로 묶이지만 이렇게 증상이 모두 다른 만큼 개념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듭니다. 때문에 솔루션도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20대 중반의 앳된 얼굴이 앞에 섰다. 30일 코스리 2017 소셜잡페어에 참가한 대학생들 또래와 별반 차이가 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동구밭은 소셜벤처이며 발달장애인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제대 후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창업동아리 인액터스에서 발달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느는 장애가 발달장애라고 한다. 사전에서는 중증장애는 장애 3급 이상,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아나가기 힘든 장애를 가진 사람을 중증장애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발달장애인 중 몇 퍼센트가 중증장애일까? 발달장애인이 10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중 중증장애로 볼 수 있는 사람은 10명이다. 즉 100%라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12개의 장애의 종류 중 유일하게 늘고 있는 장애 또한 발달장애라고 한다. 동구밭은 이러한 현실에 집중했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친구 많아지면 근속 개월 수 늘어 자립에 도움
동구밭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발달장애의 사회성 문제이다. 3명 중 2명의 발달장애인이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1.4명의 친구 중 한 명이 같은 발달장애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비장애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가진 친구 수로 사회문제를 논하고 싶지 않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구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은 사회적응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후 구직활동, 직업교육활동을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발달장애인은 바리스타를 많이 한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는 몇 개월 정도 일할 수 있을까? 중요한 사회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근속 개월 수는 다른 장애에 비해 10%에 못 미친다. 즉 오래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발달장애 바리스타는 오래 일하지 못하는가? 커피의 맛에 문제가 있어서?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실제로 그렇지 않다.

사회성이 결여되어있다는 키포인트로 다시 돌아가 보자. 카페에서 10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순수하게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정말 바쁜 커피숍의 경우 10시간 일하면 3~4시간밖에 안 되고 나머지 카페는 1~2시간도 채 안 된다고 한다. 나머지 시간은 사장님이 시키는 일, 손님이 시키는 일, 같은 알바생들끼리 업무 분장하여 하는 일, 세 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일의 공통점은 파트너가 비장애인이라는 것. 당연히 일을 오래 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친구 수에서 알다시피 비장애인과 만나본 일이 적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래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환경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문제다. 12명의 발달장애인이 2개월을 일하는 것과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24개월 일하는 것,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는지 평가했을 때. 우리 사회는 12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전자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2개월밖에 일을 못 하더라도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구밭은 또래 비장애인 친구가 더 생길 때마다 근속 개월 수가 12개월씩 늘 것이라고 가정했다. 우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을 1:1로 매칭하여 텃밭을 가꾸게 했다. 현재 서울 내 25개의 자치구를 개설했다.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 친구를 만나 1년간 텃밭을 가꾼다. 그 결과 발달장애인이 가진 1.4명의 평균 친구 수가 2.5명씩 증가했다. 신기하게도 이는 근속 개월 수 증가로 이어졌다.

노 대표는 23년간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기를 반복하던 한 발달장애인은 동구밭의 텃밭 가꾸기를 통해 현재 일하는 직장에서 20개월 가까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수많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할 채용 인프라가 부족한 사회에서 동구밭이 발달장애인 고용에 선두주자가 되기로 했다. 이러한 바람은 그동안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여 비누를 만들었던, 이미 존재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앞선 비즈니스들을 통해 분석하고 고민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15명의 장애인을 고용한 상태이며 3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생길 때마다 장애인을 한 명씩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콜드프로세스, 저온 숙성을 거친 품질이 우수한 비누를 생산함으로써 라인프렌즈, 마리몬드 등과 같은 다양한 기업과 연계 고용을 시행하고 있으며 호텔에서 사용되는 어메니티 상품을 납품하는 식의 B2B를 중점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다.

올해까지 납품한 비누 개수는 80만 개, 발달장애인을 15명 고용할 수 있었다.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80명까지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동구밭을 가꾸어나가는 구성원도 특별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의 수는 26명이며 창업하고 이끄는 사람들은 20대라고 한다. 천연비누 제작자는 20년 경력자이고 사회복지사는 15년간 필드에서 생활했던 전문가로서 생산하고 토대를 갖추는 사람들은 경력이 15년 이상인 사람들이다. 신구조화가 시너지를 이루어서 운영되다 보니 서로에게 배우고 자극되는 부분이 많아서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동구밭은 2015년에 텃밭이라는 공간을 통해 발달장애인분들의 갈 곳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3년 동안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팩토리라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3년 안에 100명의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자는 것이 현재 목표고, 궁극적으로 살 곳도 마련해보자, 외국의 발달장애인들도 이민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한다.

취직도, 창업도 힘든 현실에서 동구밭 노순호 대표의 동구밭 스토리는 창업에 성공하고 사회적 문제 또한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소셜잡페어에 참가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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