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은 연구원] ‘몽땅’이란 팻말이 걸린 문 앞. 노크를 하려는 순간,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매일 아침 이 연습실은 발성과 스트레칭을 하는 단원들로 가득하다. 중국, 미얀마, 필리핀, 모로코, 미국, 인도네시아, 티베트, 몽골 그리고 한국의 단원들로 구성된 다문화 노래단 ‘몽땅’이다. 생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멜로디,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화음을 맞추는 단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둘러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겨 김희연 대표를 만났다.

몽땅
2011년 인천공항공사의 '인천공항과 함께 하는 다문화 문화예술단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 공모에 비영리사단법인 씨즈가 문화예술사회적기업 노리단을 연계하여 입찰 지원해 만들어진 예비 사회적기업. 인천공항이 후원하고 노리단은 책임경영과 콘텐츠 개발을, 사단법인 씨즈는 컨설팅을 맡았다. 9개 나라에서 온 15명의 단원과 3명의 감독진으로 구성된 몽땅은 노래를 통해 문화 다양성을 전하고 있다. 구성원만큼이나 노래의 언어도, 사용되는 악기도 모두 다채롭다.

출처: http://blog.naver.com/mon_tant/

소통으로 성장하는 문화예술집단
“온갖 방법으로 소통을 한다”. 국적이 다양한 단원들끼리 어떻게 대화하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김대표의 답이다. “표정, 몸짓을 보면서 잘 듣고 독해하는 능력이 커졌다”며 “예술분야이기 때문에 언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를 포함한 18명의 직원들이 매일 복사골 문화센터로 출근한다. 공연과 워크숍 준비는 물론이고 회계, 경영에 이르는 기업운영을 함께 하다보면 언어는 장벽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단원들을 모으기까지 세 차례의 오디션이 진행됐다. 3:1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3~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만 정식직원으로 채용된다. 오디션 심사위원 중 한명인 가수 인순이는 비상임 예술감독으로 특강과 1:1 트레이닝 등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3명의 음악감독은 작곡과 작사를 비롯해 단원교육을 전담한다. 김대표와 김남훈 기획실장이 함께 펴낸 책에서 ‘단순히 무대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가능성만으로 박수를 받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듯 단원 모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단원들 각자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다문화’와 그리고 ‘몽땅’에 대해 차분히 풀어냈다.

노래의 힘
김대표는 문화예술 분야의 첫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공동대표였다. 당시 노리단이 다문화축제에 초청공연 제안을 받고 오히려 다문화인들을 주인공으로 모시자는 생각으로 '다문화시민합창단'을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공연이 끝나자 뜨거운 호응은 물론 ‘한국에 와서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다’, ‘무대에 선 우리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에 감동했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훗날 김대표가 몽땅을 구상하게 된 계기다. 이래서 백 마디 말보다 한 곡의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에 더 쉽지 않을까.

몽땅의 노래는 모두 30곡. 이 가운데 15곡이 상용화됐다. 창작곡이 대다수고 한 나라에서 많이 불렸던 노래를 편곡하기도 한다. 누가 들어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과 멜로디가 특징. 노래 하나만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김대표는 'terra'라는 곡과 '그대만의 움직임으로'라는 곡의 가사를 보여줬다. terra는 지구와 대지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곡으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그대만의 움직임으로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야기와 움직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주로 공연 말미에 선곡한다고.

몽땅의 공연은 중창, 합창, 솔로, 듀엣, 연주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홍보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미얀마인 소모뚜씨가 거들었다. “20만 명 앞에서 제야의 종소리 공연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영하의 날씨 속에 얼음 같은 마이크를 잡자 손이 딱 붙어 버렸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해줬다. 김 대표는 “마이크가 쇠로 되어있다는 걸 깜빡했다”며 “겨울 야외 공연 시에는 장갑을 준비하는 걸 기억 하겠다”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가치 있는 일에는 어려움도 따른다. 가끔 무리하게 공연을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단다. 노개런티 공연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취지를 설명해주면 도리어 화를 내는 식이다. 저서에서 ‘뜻과 명분이 좋은 일, 가치와 의미가 있은 일에 자본의 투자와 흐름도 따라간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이고 싶다’고 밝혔다.

서투른 다문화사회의 변화
몽땅의 공연은 노래와 악기 연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래 전에 관객들에게 스토리텔링을 하듯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다. 한국에 온 이유나 몽땅에 들어가게 된 계기 등을 얘기한다. ‘20대에 품은 가수의 꿈을 이뤄 인생을 다시 찾고 싶었다’라거나 ‘창업가 정신을 발휘해 사회에도 좋은 일을 하자’는 자신의 비전을 얘기한다. 노래 위에 문화의 다양성과 나아가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한 가치를 입혀 관객에게 전달한다.

김대표의 말을 빌자면, 아직 한국인은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문화적 수용성에 있어 서투르다. “사회는 오랜 시간을 거쳐 이뤄지는 것인데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가 됐다”며 “연애기간 없이 결혼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앞으로 다문화 2세대인,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자라기 위해서는 몽땅과 같은 사례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섹터들의 만남
몽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마음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섹터들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사회적기업이라는 면모 때문이다. 김대표는 “조직 문화가 상이해 서로 열심히 배웠다”며 운을 뗐다. 조직 규모에서 기업문화, 의사결정 방식까지 달랐던 게 많았을 법하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실무진 회의와 서로간의 배려를 통해 차츰 손발이 맞아갔다. 특히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협력해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회공헌팀 담당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양한 분야의 기관들이 모였으니 하나의 관점의 빠져 겪게 되는 오류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한다.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서로가 보완해 주다보니 김대표는 “이 구조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며 당당히 말했다. 서로의 강점을 모아 한 단체를 만드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과 흡사하다. 처음에는 많은 조각들 속에서 어디가 제 자리인지 몰라 헤맬 수 있지만 하나, 하나 맞춰갈수록 속도가 붙고 결국 멋진 완성체가 되어간다.

공연 사업 외에도 몽땅의 협업은 이어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리배낭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네오위즈 마법나무재단의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혜택을 받기 힘든 문화소외지역에 단원들이 직접 찾아가 아이들과 음악을 함께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 외에 문화예술분야와 다문화 관련 단체들, 복사골 문화센터에 입주한 사회적기업들로 네트워크 망을 확장하고 있다.

몽땅에는 두 가지 뜻이 숨겨져 있다. 순 우리말로는 ‘우리 모두 함께’, 프랑스어로 ‘상승하다’이다. 책 마지막 장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우리들만의 노력이 아니다’ 라는 글귀처럼, 그리고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전파하고 이런 분위기를 단원들의 고국까지 확산시키자는 몽땅의 소망처럼, 2013년 한 해에는 더불어 발전하는 montant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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