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베터(맨왼쪽) 김정호 대표와 염재호(맨 오른쪽) 고려대 총장이 '발전 기금 기부식'을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지속해서 할 생각이다”

얼마 전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에 약 5억6,000여만 원을 기부한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의 다짐이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고려대 공대건축기금으로 써달라며 5억 원을 기부하고, 지난 2005년 자신의 부모 이름을 따서 만든 장학기금 '김용진·유기각 장학금'에도 6,550여만 원을 기부했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장모(장영아 씨)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내 기부의 의미를 더했다.

고려대 무역학과 85학번인 김 대표는 지난 95년부터 지금까지 10억1,190만 원을 학교에 쾌척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모교에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95년 한 기부는 굉장히 소액이었다. 당시 동기 모임을 하면서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자는 의견이 모였고, 학과 동기들과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모아 학교에 줬다. 그때는 큰 규모의 기부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기부하게 된 것은 그 후로부터 10년 후인 지난 05년부터다. 당시 NHN중국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었다. 대학 다닐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해외 연수는커녕 한국에서 어학 학원에 다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일하며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당시 신입 사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어학 수를 보내주기로 마음먹었고 처음으로 학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부모님 이름으로 기부하게 된 계기는?

“어린 나이에 기부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마음에 부담이 왔다. 또한 부모 모두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부를 통해 좋은 일에 부모의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번에는 작년 12월에 작고한 장모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았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국수와 빵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부모 모두 북한 피난민 출신이어서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지난 08년 기아대책 관계자와 만나 대화하다 대북사업팀을 통해 북한 어린이에게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현재 매일 함북과 평북 어린이들에게 빵과 국수를 지원하고 있다. 하루 1,000명의 어린이가 지원받고 있다.”

-네이버 창립 멤버로 잘 나가던 사업가가 발달 애인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만들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중학생 딸과 함께 세계 여행을 다니던 중 아프리카 케냐에서 카줄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봤다. 여성용 액세사리를 만드는 기업인데 영국의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재능 기부하면 케냐의 미혼모 300여 명이 액세사리를 만들어 다시 영국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때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됐다. 또한 당시 네이버에 발달 장애 자녀를 둔 직원들이 많았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발달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다. 발달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늘 성인이 된 후 자녀 삶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을 걱정했다. 그런 내용을 들으며 이들을 위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여행 중 사회적기업을 보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인생관은 거창하지 않다. 특정한 목표와 틀을 두고 사는 것이 아니라 물 흘러가듯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회적기업을 경영하고 기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로서의 계획은 지금 하는 것들을 잠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해서 하는 것이다. 발달 장애인 200명의 생계를 지켜주고 북한 아이들의 식량을 지원하며 대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것. 그것이 지금 계획이다.”

오로지 발달장애인 고용이 목표인 회사 베어베터의 직원들. / 베어베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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