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은 연구원] ‘악플이 두려워’, ‘악플보고 충격’, ‘악플에 시달려 자살시도’ 등은 이제 기사에서, 토크쇼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가상공간에서 가면을 쓴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악성댓글을 경험했고 4명중 1명은 직접 악성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이버 폭력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런 가상공간의 문명(Civilization)을 꿈꾸는 사람, 김범진 대표를 만나봤다. 눈이 꽁꽁 언 길을 지나 동교동 사무실에 도착하니 26명의 직원들이 제각각의 자리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구석 자리의 모니터에 눈을 떼지 못하는 김대표, 그와의 만남이 인터뷰 시작 전부터 기대가 됐다.

시지온
소프트웨어 업계와 사회적기업 분야의 이단아. IT 분야 제 1호 소셜벤처로 시작해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시지온의 주요 사업 서비스인 ‘라이브리(LiveRe)’는 언론사 150여개와 일반 기업 200여 곳, 공공기관 및 NGO 100여 곳이 사용하는 꽤 활성화된 서비스다. 사용하는 개인 블로그만 수만 개에 이른다. SNS계정으로 접속해 댓글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로 내가 단 댓글을 SNS에서도 볼 수 있다. 악성댓글을 줄이고 컨텐츠의 새로운 유통채널을 만들자는 시지온의 철학이 담겨있다.

- 시지온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넥스터스(대학생 사회적기업 동아리)의 초창기 멤버로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창업의 단초가 된 것은 연예인들에 대한 악성댓글을 보고 나서다. 미니홈피를 보면 진짜 심각하다. 인터넷실명제는 효과가 없다. (인터넷실명제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확인 후에 인터넷상에서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로 2007년 7월 처음 시행됐으나 5년 만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됐다.) 악성댓글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악성댓글의 수와 실명이냐, 익명이냐 사이에 관계가 있지만 실명제와는 관계가 없다. 주민등록생성기로 주민 번호는 도용하기 쉬우니까.
소셜댓글은 아는 기자가 붙여주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친구들에게 나의 댓글을 보내면 (댓글을 달 때에) 스스로 정제작용을 할 것이라는 가설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 ‘건강한 웹 생태계 만들기’는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온라인은 초창기 문명이다. 초기 원시시대 같은. 서로 누군지 모르니깐 돌던지고 별로 거기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서로 아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댓글 히스토리도 보여주고 SNS를 통해서 댓글을 공유하며 지나친 댓글을 자제하는 최소한의 문화, 룰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뜻이다. 온라인 신문이 활성화 되고나서는 기사들이 ‘충격, 대박, 반전’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점철됐다. 광고주를 의식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함이다. 시지온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유용한 기사가 소개가 될 수 있는, 좋게 말하면 유기적인 체널이 SNS로 하여금 만들어지게 된다. 작게는 악성댓글, 크게는 뉴스가 제대로 소비될 수 있는 생태계에 책임감을 느끼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 이미 활성화된 웹사이트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활성화 시키는 것은 어떤가?

말 잘했다. 라이브리 디스커버리 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사이트에서 방문자들이 쉽게 댓글을 달도록 하는 것을 넘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질의 컨텐츠를 사람들이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사이트에 좋은 컨텐츠를 발견하고 댓글을 달면 처음 발견한 사람이라는 배지를 받는다. 다른 사람이 그 사이트에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달면 처음 발견하고 공유한 사람들에게 포인트가 가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현 중이다.

- 왕따, 병역비리와 같은 비판받을 만한 사건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에도 선플을 달아야 하나? 의문이다.

새해 화두인 정지훈-김태희 열애설에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 옹호와 비판하는 사람들로 갈리는데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지온이 관리하는 사이트에서 욕은 지우지 않는다. 다만 시지온은 스팸광고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 욕도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다. 단지 욕의 비유와 수위를 자발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욕을 먹을 만한 일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극단적인 건 지양해야한다. 댓글을 쓰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서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양적으로 늘려 (실제 사회처럼) 의견을 다양화 시키는 게 우리가 그리는 모습이다. 꼭 선플이 많아서 좋은 것도 아니다. 오글거리잖아.

- 그래서 선플을 안 달겠다는 건가?

그렇다. 나는 안단다.(웃음) 선플캠페인은 한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좋은 글을 썼을 때 그걸 수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좋은 반응이 온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캠페인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주무부처들이랑 선풀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선플을 20개 쓰면 한 시간 봉사시간을 준다. 선플이냐, 아니냐는 담임선생님이 판단하는데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이 어떤 댓글을 쓰서 확인을 요청하는지 볼 수 있게 시스템을 보완 중이다. 지정된 ID를 이용하여 댓글을 쓰면 담임선생님한테 자동적으로 연동된다.

- 주요 사업인 소셜댓글 서비스 LiveRe(라이브리)의 파급효과로써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있나?

우리가 제일 신경쓰는 통계 중 하나가 얼마나 많은 웹에 라이브리가 설치되어 있는가 외에도 MNAIR(MoNtly Average InterRaction)이다. 통상 UV (Unique Visitor), 순방문자 중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1%밖에 안 된다. 100명 중 한사람만 의견을 표현한다. 우리 시스템에서는 8~15% 정도가 댓글을 남긴다.

- 15%면 엄청 높네.

그렇다. 이 비율을 계속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이다. 사람들이 자기의 의견을 쉽고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하는 공간, 내가 표현하는 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댓글을 남기는 사람의 명성뿐만 아니라,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유익이 되고 더 나은 컨텐츠를 만들도록 선순환이 되는 구조가 시지온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이 수익구조이다. 외관상으로만 봐도 시지온은 성공한 케이스인 것 같긴 한데. 수익 창출은 어떻게 하나? 현재 수익률 알 수 있을까?

매출액이나 이익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데 아주 건강한 회사다. 이익이 많이 남지는 않지만.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돈으로 여전히 바꾸는 시점이다. 시지온은 언론사와는 보통 광고제휴를 한다. 라이브리에 대한 서비스 사용료를 전혀 받지 않다. 여기서 라이브리 서비스는 라이브리 댓글 창만 달아 주는게 아니라, 관리 통계시스템, 스펨 모니터링 시스템도 포함한다. 기업에게는 보통 연간으로 사용료 받는다. 사이트 하나를 기준으로 기본 라이브리 서비스에 고급통계, 로그인 시스템과 같은 옵션들을 사용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 그럼 공공기관과 NGO에게도 사용료를 받나?

NGO는 이타적인 컨텐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컨텐츠를 많이 퍼뜨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비용의 60~70%를 할인해 준다. 공공기관은 일반기업처럼 비용을 받는다. 사실 사용료에 비해 관리하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이익이 많이 남지는 않는 실정이다.

- 사회적 기업으로 입지를 굳혀가는 시지온의 비결은 무엇일까. 연혁을 살펴보니 연세대 창업센터에서 함께일하는재단의 인큐베이팅 센터 입주까지 준비기간이 길었던 것 같은데.

우리는 실제로 매우 느린 회사다. 천천히 의사결정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던 비결이 아닐까.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많이 한편이다. 하지만 생존과 관련하여 당장 해야 하는 일들과 상충할 때도 많았다. 내부적으로는 이사회의 의사와 내부 식구들의 설득도 필요했기에 쉽지 않았다. 기업이라는 게 농사랑 똑같다. 기본적으로 좋은 토양이 필요 하듯이, 회사도 좋은 사람들, 특히 훌륭한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좋은 땅에서 사과나무를 심고 과수원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10년은 기본이다. 사업도 똑같다. 그런 조건을 만들어 놔야지 아주 맛있는 능금사과가 열리는 게 아니겠냐.

- 조건을 갖추고 멀리 본건가.

그렇다. 멀리 갈 기업이라면.

- 시지온 창립한지 5년이 지났다. 건강한 댓글문화를 위한 시지온의 활동에 점수를 매긴다면?

내가?(당황) 아, 개인사업자로는 5년, 법인으로 3년이 되었는데 시지온이라는 법인격으로 본다면 80점 정도로 생각하지만 김범진 대표자, 개인으로 보면 한 30점정도? 가야할 길이 멀다. 객관적으로 보면 되게 좋은 회사인 것 같다.(웃음)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댓글시스템 창이 최고의 디자인과 최고로 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비어있는 퍼즐이 많다.

시지온은 현재 일본의 웹사이트 5~6곳도 고객층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2013년의 숙제로 해외 진출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깎듯이 배웅해 주는 김범진 대표, 그와 시지온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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