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옥. /국민연금 제공

 

여기서 말하는 금융은 사회책임투자다.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이하 SRI)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름도 낯선 사회책임투자는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투자 방식은 아니다. 이미 국제적 금융기관들은 익숙한 개념이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 시장은 2016년 기준 22.9조 달러이며 지난 2년간 연 평균 11.9% 성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해왔다. 지난 2년 한국 SRI 시장은 연평균 3%씩 축소됐다. 전체 자산 대비 사회책임투자 비율은 2%가 안 된다. 연기금들의 관심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포용적·사회적 금융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분위기를 띄우면서 연기금들이 다시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달 31일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운용하는 책임투자형 6.3조 원 규모의 펀드는 물론 국민연금공단의 포트폴리오 전체와 특히, 국내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120조 원의 운용 방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근거는 스튜어드십 코드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검토를 위한 영구 용역을 발주했다. 고려대학교 박경서 교수팀이 맡았다. 지난 16일 용역 결과가 발표됐다. 업계에서는 도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사회책임투자가 촉진되는 것일까?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사회책임투자 전략 중 하나로, 주주 의결권을 활용해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을 제안하는 것이 있다. 유럽에서는 흔히 활용되고 있다. 기업의 CSR를 독려해, 중장기적인 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한다.

용역을 수행한 고려대학교 박경서 교수는 지난 미디어SR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특히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 문제 등에 대해 기업이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밖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연기금으로부터 투자 철회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사회책임투자 전략 중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전략은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다. 문제 기업은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하반기 발주했던 스튜어드십 코드 연구 용역이 마무리돼감에 따라 비재무적 요소 점검을 통한 투자는 기본이고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 블랙리스트로 중점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사례도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자산 규모가 큰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었던 중국의 다국적 전기 통신 장비 기업 ZTE가 뇌물 제공 의혹에 휩싸이자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답변이 없자 2016년 1월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환경 파괴, 인권 침해, 담배 생산, 접속탄 생산 등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왔다.

국민연금 움직임에 다른 연기금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난 9월 13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을 결정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운영위원회를 열고 자산운용정책서(IPS) 관련 규정을 개정해 사회책임투자 도입을 위한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2019년까지 모든 투자 건에 비재무적 요소(ESG)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사학연금관리공단도 지난달 27일 사회책임투자 전용 벤치마크 신규 도입을 결정했다.

이미 세계 정부는 자국의 연기금의 SRI 도입 촉진에 꾸준히 힘써왔다. 유럽계 연기금 중 60%, 미국계는 30%가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은 2000년대 초반에 연기금 SRI를 위한 관련 입법을 마치고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