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 / 팬임팩트코리아 제공

사회성과연계채권(SIB)에 투자하는 공익 법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SIB(Social Impact Bond)는 공공사업에 민간이 먼저 투자한 후 성과가 나면 성과에 따라 정부가 상환하는 채권이다. 정부는 SIB를 통해 직접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민간 투자자는 투자로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에 따라 수익도 올릴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6일 SIB에 투자하는 공익 법인의 증여세 관련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SIB를 수익 사업이 아닌 공익사업으로 분류하고, 대통령령으로 증여세 예외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 투자에 실패한 공익 법인 대표에 대한 징계도 완화된다.

이러한 행안부의 SIB 활성화 움직임에 대해 국내 1호 SIB를 운영하는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 대표는 2014년 한국사회투자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며 꾸준히 국내에 SIB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고 당시 서울시에 그룹홈 아동 SIB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등 실질적인 SIB 부문 국내 최고 전문가다.

- 행안부에서 SIB가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팬임팩트코리아는 SIB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SIB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 제도들은 SIB를 추진하기 위해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행안부의 움직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에 SIB를 알리는 데도 행안부의 SIB 확산 움직임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팬임팩트코리아에는 SIB를 위해 쌓아온 지적 자원이 있으며, 행안부에 자문 활동도 하고 있다. 팬임팩트코리아가 SIB 확산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낀다.

- 현재 SIB가 확산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이 있나?
SIB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정책에 민간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민간 투자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공익 법인은 SIB에 투자할 수 있는데 한국의 공익 법인은 힘든 상황이다.

결국 공익법인이 아닌, 기업이 SIB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에 가장 큰 중점을 두는 임팩트 투자 자본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임팩트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실제로 SIB 투자금을 모집할 때 애를 많이 먹었다.

- 앞으로 SIB 활성화를 위해서 개선되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나?
SIB가 확산하려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투자자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행안부가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긴 쉽지 않으리라 본다. 추후 기획재정부 같은 곳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라 예상한다.

제도적으로 비영리법인이 SIB 같은 투자계약을 맺은 사례가 없는 것도 한계다. SIB는 투자계약증권의 한 종류인데, 비영리법인이 투자계약을 한 사례가 없다. 예전에 금융감독원에 비영리단체가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답변이 유보됐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일단 비영리단체들이 투자행위를 하기가 어렵다. 금융당국에 의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영리단체가 나서서 첫 사례를 만들기도 힘들다.

팬임팩트코리아의 1호 SIB에도 비영리단체가 투자자로서 들어오려고 했으나, 투자도 기부도 아닌 목적사업비로 처리된 경우가 있었다. 나중에 사업이 성공했을 때 상환을 받지 않는 조건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자금을 끌어 모으기 쉽지 않다. 비영리단체 입장에서는 기부도 아니고 투자도 아니고 돈을 소모하는 형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도 제도적인 미비점이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공익 법인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SIB를 증여세 예외 대상으로 지정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도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한다. 영국은 사회책임투자(SRI)에 대한 소득세 감면 법안을 만들어서 시행 중인데 이 제도로 실제로 자금이 SRI에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공익 법인의 대표가 투자 실패 시 정부가 해임하는 법안이 있는데 이 법안이 SIB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하나?
공익 법인은 투자 실패에 대해 두려움이 비교적 적을 것 같다. 공익 법인은 공익을 위한 법인이기도 하고, 이윤 창출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공익법인보다 SIB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 팬임팩트코리아가 지금 하는 국내 1호 SIB 서울시 그룹홉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나?
첫 사업이니 어려움도 많다. 한국에 앞선 사례가 없어,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그래도 사업은 잘 진행되는 중이다. 특히 수혜집단, 보육시설 관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업을 3년 동안 한다니까 생소하게 여기고 일부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프로그램을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분도 많다. 결과는 2019년 말에 나오니 그때 확인하면 될 것이다.

- SIB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지 말해달라.
SIB 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 차원이나 민간 투자자 차원에서 SIB의 필요성이나 장점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이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SIB에 대한 편견들이 많은데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SIB는 정부, 투자자, 수혜자 등 사회의 구성원들이 윈윈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이다. 정부의 이익은 곧 납세자의 이익이다. SIB는 정부가 갖고 있는 예산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SIB를 활성화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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