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그룹이 취준생들에게 보낸 문자. /사진=금호석화 공채 지원자

'불합격입니다.'

취업준비생에게 이 문장은 손을 베인 듯 아리다. 때로는 이 문장에 눈물 머금는 취준생들도 있다. 기업의 공개 채용 시기가 되면 더욱 그렇다.

최고의 위로는 '합격입니다'라는 문장이겠지만, 기업이 모든 인원을 채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 누군가는 '불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취업 재수생인 A씨는 최근 하반기 기업 공개 채용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A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동했다. 기업이 보낸 장문의 문자 때문이었다.

문자의 서두는 이랬다.

'안녕하세요. 금호석유화학그룹 채용 담당자입니다. 서류 전형 발표 후 다시 연락드리기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귀한 시간 내어 금호석화에 지원해준 취업 준비생에게 감사 인사 보내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연락한다. 불편하다면 죄송하다.'

뒤이어 '2017년도 하반기 대졸 신입 사원 공채 서류 전형 결과 보고 드립니다. 총 4,611명께서 지원했고, 이 중 760명이 인적성검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라며 채용 보고를 올렸다. 매우 정중한 말투였다.

그리고 이어 취준생에게 가슴 깊은 감동을 주는 문장이 이어졌다.

'지원자가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뽑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이다. 더욱 노력하여 많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좋은 회사로 성장하겠다.'

마지막으로 문장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지원자 모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다시 한번 소중한 시간을 금호석화에 내어준 점 진심으로 감사한다. 날씨가 상당이 춥다. 건강 관리 유의하시기 바란다. 금호석화 채용 담당자 올림.'

감동한 A씨는 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렸고, 사람들은 '기업의 착한 불합격 문자'라며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호석화는 합격자들에게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금호석화에 소중한 사람이다. 모두를 응원하며 시험 당일 버거킹 와퍼 세트를 제공할 예정이니 다른 사정으로 응시 못 하더라도 잠깐 와서 식사하고 가라”라며 따로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전문에는 합격에 대한 축하와 인·적성 검사 설명, 연봉 등 세세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착한 문자를 기획한 사람은 입사 3년 차의 인사팀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장문의 메일과 함께 지원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 이번 채용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라며 "사내에서도 지원자들을 배려한 새로운 방식에 긍정적 반응이지만 갑자기 외부에서 쏟아지는 관심에 담당자는 오히려 당황한 듯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장문의 불합격 통보를 보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짧은 불합격 통보조차 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 구직 전문 기업인 잡코리아는 작년 상반기 구직 경험자 819명을 대상으로 '탈락 통보 여부'를 조사했다. 이 중 '탈락 통보를 받지 못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려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씁쓸한 통계였다.

또한, 이렇게 불합격 통보조차 하지 않는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조사도 뒤따랐다.

최근 삼양그룹은 공채 2차 전형에서 탈락한 취준생 370명에게 '합격'이라고 잘못 알렸다가 4시간 만에 정정하는 사태를 만들었다. 스스로 이미지를 갉아먹는 행동이었다.

기업의 채용은 쌍방이다. 취준생도 기업에 자신을 보여주지만, 기업 역시 취준생에게 자신들을 보여준다. 기업이 취준생에게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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