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옥 기자.

[임명옥 기자] 아침 5시 30분이면 필자의 오늘은 시작한다.

아로니아 분말 두 숟가락, 바나나와 우유를 비율대로 넣고 믹서를 돌린다. 바나나가 잘 갈리도록 1단과 2단 버튼을 30초 간격으로 누른다. 식구들의 아침을 위한 전초전이랄까. 전에는 밥을 차리기 위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반찬을 만들어 내곤 했다. 늦은 퇴근으로 아침밥 먹기가 곤혹스럽다는 핑계 덕분에 간단한 상차림으로 변했다. 믹서기로 간 바나나 우유를 컵 하나하나에 따른다. 취향에 맞게 컵 모양 또한 다양하게 세팅한다. 믹서기 유리 벽에 붙어 있는 우유를 더 많이 짜내기라도 하듯 거꾸로 기울여 한참을 들고 있다. 그래도 남아 있는 1%가 걸린다. 숟가락을 들고 긁기도 하고 한참을 기다려 아래로 모인 우유를 다시 거꾸로 들고 한쪽 골로 쪼르록 흘러내리게 한다. 마지막까지 남은 1%의 분량은 설거짓감이 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1%의 우월함이 고스란히 담긴 우유가 있지만, 믹서기 안의 잔류로 컵에 도달하기도 전에 탈락이 되는 1%도 있다. 이럴 땐 필자는 습관처럼 믹서기 바닥을 더 박박 긁어댄다.

요즘은 청년의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누구도 버린 1%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믹서기에 있던 우유는 다 맛이 같다. 누군가의 역할에 따라 컵에 담기게 되기도 하고 버리게도 된다. 남게 되는 1%는 본연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동등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버리는 이력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기준에 따라 1%까지 따져가며 미세한 점수로 서열화하여 뒤로 밀리게 되는지도 모른다. 합격자를 경계로 바로 다음의 한 명이 탈락한다.

이러한 일은 주변에서 비일비재하다.

어느 백화점에서는 만 번째 들어선 고객에게 이벤트를 하고 선물을 준다. 이런 일을 들을 때마다 9,999번째의 고객과 만 첫 번째의 고객을 생각하게 된다. 한 끗 차이로 밀린 것이다. 그러나 9,999번째가 없었다면 만 번째는 있을 수도 없는데 냉정하다.

중학생 때의 일이다. 760여 명 중에 100등까지는 방을 붙였다. 이름이 올라간 애들은 웃었다. 101등인 아이는 방이 안 붙으니 아깝다. 어릴 적부터 등수로 줄을 세워 지배 구조를 만들어내는 발상이 참 웃기고 슬프기까지 하다. 누구나 달란트가 있어 그 만의 잘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도 말이다.

큰애가 미국 고교를 다닐 때다. 낯선 수업이어서 당연히 따라가기 힘들었다. 사회나 역사는 달달 외워 어떻게 따라갔지만 영어 시간에는 발표도 더디고 이해도도 떨어졌다. 다행히 교사의 배려로 방과 후에 튜토리얼(tutorial)이라는 개별 지도로 영어 수업을 받았다. 졸업 땐 아너스(honors)라고 우등상을 받았다.

수능시험이 다가오니 더욱 신경이 쓰인다. 올해 수능 응시자 수는 59만3,500여 명인데 실제 대학 모집 인원은 34만9,700여 명이고 이 중에서 수시모집 인원은 25만8,900여 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74%를 차지한다고 한다. 서로가 적이 될 순 없지만 모두가 경쟁의 대상이 되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성적을 위해서라면 진즉에 열심히 해야 했고, 실력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썼어야 한다. 성적에 맞는 대학이 아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길 바란다. 그래야 사회와 조화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수험생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수험생들 정말 대견하다. 군고구마 장수 아저씨의 “한 개 더 넣었습니다”라는 넉넉함처럼 모두를 응원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