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옥. /국민연금 제공

 

국민연금공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 공적 연기금이 사회책임투자(SRI)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SRI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또 이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아보자.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최고 의결 기구 기금운용위원회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과 논의 후 운영 규정 및 SRI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사회책임투자위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과정에서 사회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의 투자는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 방향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학연금은 SRI 전용 벤치마크(BM)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사학연금은 책임 투자 지수를 직접 개발하거나 시장의 책임 투자 지수를 도입하는 등 기존 BM을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학연금은 SRI 펀드가 BM을 지속해서 밑돌자 올해 7월 말 위탁 자금을 전액 회수했다. 그 후 최근 600억 원가량을 다시 SRI 펀드에 투입했다.

SRI 활성화에 시동을 거는 연기금이 보고 배울 수 있는 SRI 사례로는 운용자산 1000조 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있다. 노르웨이는 원유를 팔아 남은 수익을 기금으로 적립하기 위해 1990년에 GPFG를 만들었다.

GPFG는 그야말로 ‘착한 투자’를 하는 국부 펀드다. GPFG는 지난 2006년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세상에 해를 끼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키고 있다. GPFG는 무기 생산, 인권 침해, 부패, 환경 파괴 등과 관련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3월 GPFG는 한국전력을 투자 대상 기업에서 제외했다. 매출액의 30% 이상을 화석 연료인 석탄에서 얻기 때문이었다. KT&G도 사람들에게 해로운 담배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투자 금지 대상에 지정됐다.

또한 GPFG는 펀드 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투자 시 의사 결정 과정을 모두 공개한다. 왜 이 기업에 투자하고, 투자를 철회했는지 등의 이유를 설명한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한전 투자 철회 결정도 GPFG가 철회 이유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GPFG의 자금 운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게다가 노르웨이중앙은행이 운용의 적절성 등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어 더욱 신뢰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연기금은 투자 결정 시 투자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국민은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또한 GPFG는 수익금을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부도 임의로 사용 목적을 변경하거나 수익금을 마음대로 빼내 쓸 수 없게 규제한다. GPFG는 자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 수익만큼만 찾는다. 수익 이내에서도 연금, 정부 예산 등 공공 분야에만 사용하도록 한다.

GPFG는 국내 연기금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GPFG의 모범적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 연기금 SRI의 양적, 질적 성장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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