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준법감시인 제도가 생겨났다. 기업이 법을 준수하고 규율로 내부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텅 빈 지갑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2000년 금융기관의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했다. 이어 2011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적용하는 준법준비인 제도를 도입했다.

이름도 개념도 생소한 준법감시인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준법감시인의 가장 큰 역할은 이름 그대로 법규 준수를 위한 내부 통제다. 이를 위한 철학과 방법론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조기병 메트라이프생명 준법감시인은 현장을 강조한다. 보험업의 특성상 불완전 판매될 소지가 있으므로 그것을 방지하고 줄이기 위한 영업 현장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1년에 전체 점포의 70~80%를 점검한다. 이를 위해 내부 강령을 제정하고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김영란법에 대응해 관련 사항은 모두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주기적으로 지점 직원들을 돌아가면서 만나 카페처럼 편안한 장소에서 그들의 고충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회사 내부의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파악한다.

박선정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는 예방을 위한 교육을 중시한다. 청렴성은 태어날 때부터 갖추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청렴성과 합리적 태도에 대한 사람마다 정의가 다를 수 있으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39개 핵심적인 정책을 만들어 교육을 통해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업무 행동 규범을 살펴보면 "누구에게도 뇌물을 제공하지 마십시오", "자선 기부금을 통해 공무원에게 혜택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등의 명확한 정책이 규범집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파트너와의 관계도 중시한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IT 자원을 활용해 리스크가 높은 파트너를 파악하고 이미 체결된 계약이라 하더라도 리스크 관련 검토와 평가를 하며 계약 단계에서는 파트너사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동등한 수준의 청렴성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BNP 파리바 준법감시인 김대영 본부장은 회사의 불법 행위, 임직원의 부당한 행위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감시하고 조언해주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 무엇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품행(Conduct)이 매우 중요하며 딜레마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직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바텀업 방식으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조직 문화다. 결국, 준법감시인들이 사전적 교육과 규범으로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직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또 부적절한 일이 발생했을 때 직원이 침묵하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는 감사위원회와 다르게 지배구조의 내부 감사(Audit 역할은 물론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고 기업의 윤리경영 철학을 임직원과 함께 실천해나가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었다.

이 기사는 지난 12일 주한미국대사관,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주최 사단법인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주관으로 열린 '주한미국대사관과 함께하는 규제 준수 강화를 위한 페어플레이어클럽 세미나' 행사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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