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문 대통령이 '과로 사회' 를 언급하며 장시간 노동 관행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과로 사회”라며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는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 시간의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해달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68시간인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52시간을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는 "기업과 노동계 등 각 경제 주체들도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 달라"라고 당부한 바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하면 한국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년에 347시간을 더 일한다. 한국 국민이 한 해에 40일가량을 더 일하고 있는 꼴이다. “근로 시간은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고,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중진국 이상 국가들을 회원으로 둔 OECD가 최근 구조 개혁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을 두고 내린 평가다.

'그들은 하루 6시간씩 주 4일 일한다'

영국의 정치가 토머스 모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책, 유토피아(1516년)에 나온 구절이다. 이 이상 세계가 현실 가까이 다가왔다. 80년간 현대인의 발목을 잡은 주 40시간 근로의 벽이 한국 안팎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 4일, 하루 6시간에 대한 근무 실험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휴식과 단시간 근무가 생산성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주 근로 시간이 50시간을 넘어서면 생산성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것 나타났다.

단시간 노동이 신체와 정신적 건강을 개선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런던대가 노동자 50만 명을 대상으로 초과 근로와 뇌졸중 관계를 연구한 결과, 주 5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25-40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뇌졸중 발병 소지가 33% 높았다.

노동 투입을 늘리면 생산량이 는다는 명제도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성립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현대는 피로 사회, 소진 사회가 아니라 노동 시간을 줄여 창의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주 4일 근무제는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이미 상당 부분 도입되어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의 8%(일본 후생노동성 조사)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 한국의 과로 사회, 초과 근무로 인한 비효율성에 반기를 드는 기업들이 있다.

월요병 방지, 주 4.5일제 ‘우아한 형제들’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 형제들’ 지난 3월부터 주당 근무 시간을 2.5시간 더 줄였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주 37.5시간제에 이어 올해 35시간제로 줄익 주 4.5일제가 되었다. 우아한형제들의 4.5일제 운영은 독특하다. 금요일 오후가 아닌 월요일 오전을 쉰다. 월요일이 아닌 평일에 쉬게 되면 결국 일할 사람은 일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직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년 동안 월요일 오전을 통째로 쉬고 있다. 또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도를 통해 직원 본인이나 가족 생일, 결혼기념일 등에는 퇴근 시간을 2시간 앞당겨 오후 4시에 퇴근한다.

류진 홍보실장은 "노동 시간 단축을 시작한 2015년부터 매출 증가률 70%를 유지했고, 올해는 2.5시간이 더 줄었지만 전년과 비슷한 증가율을 유지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의 주 4.5일 근무제의 성공적인 도입 후 정보기술(IT)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모방 사례도 늘고있다. 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 어때’의 위드이노베이션, 영어 회화 앱 기업 ‘야나두’ 등이다.,

‘보리출판사’, 출판업계지만 하루 6시간 근무

경기 파주출판도시에 위치한 보리출판사는 하루 6시간씩 주 30시간 근무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업무 특성상 마감 기한을 맞춰야 해 야근이 필연적일 때에는 야근 수당 지급 대신 초과 근무 시간을 모아 휴가로 쓸 수 있다. 수당을 주면 이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결국 6시간 근무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 적립제는 부서장 승인 아래 한 달에 18시간까지 적립하여 사용할 수 있다. 보리출판사는 이렇게 ‘수당에 대한 유혹’을 차단하며, 직원들이 실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변화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5월 전국 최초로도 산하 출연·출자 기관에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북테크노파크, 경북개발공사, 포항·안동·김천의료원 등 도 산하 28개 출연·출자 기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채용하는 정규직 근로자 99명 전원을 주 4일제로 채용한다. 도는 비정규직 50명도 주 4일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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