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프렌즈 칼럼] 잔소리와 해바라기
[앤젤프렌즈 칼럼] 잔소리와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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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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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월 기자.

[류미월 기자] 환절기라 기온 차가 심하다. 두꺼운 옷을 챙겨 입지 않고 지내다가 감기에 걸렸다. 문득 이맘때면 생전의 엄마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그때는 잔소리로만 알았다.

우리 집 현관 우산 꽂이는 우산들로 빼곡하다. 아침이면 현관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오늘 우산 챙겼니? 비 온단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면 “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 하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기 예보가 엇나갈 때가 많아서인지, 귀찮아서인지 집을 나서는 아이들은 우산을 잘 안 챙겨간다. 엄마 말을 잔소리로 치부했다가 저녁에 비가 오기라도 하면 급히 비닐우산을 사 들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대책 없는 모습들 이란! 그래선지 우리 집은 우산이 많은 우산 부자다.

결혼해서도 다 큰 딸인 필자에게 어머니는 초가을만 되면 “얘야, 독감 예방주사는 맞았니”라고 성화를 하면서 수시로 전화로 다그치셨다. 안 맞았다고 하면 잔소리가 주전자에 끓는 물처럼 뽀글댔다.

해를 더할수록 면역력이 약해져서인지 이젠 초가을만 되면 스스로 필자 발로 걸어가서 독감 접종을 한다. 독감뿐인가. 올해는 폐렴 예방 접종도 했다. 예방 접종을 하고 나오는 길에 어머니 생각이 났다. 혼자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안 계시니 이제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네....’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뻔한 것을 자꾸 강조하는 것으로 여겨 짜증스러울 수 있다. 주야장천(晝夜長川) 듣는 말이다 보니 귓전을 스치거나 피부에만 반응할 뿐 마음 깊이 와 닿지 않는 것이리라. 하지만 뻔한 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인데 정작 받는 사람은 귀찮게만 생각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너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도 정작 받는 사람은 달갑게 듣지 않는다.

필자도 어머니가 잔소리를 한창 하시던 나이가 돼서일까. 때론 그만하자, 그만하자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잔소리가 줄어들질 않는다. 옷은 알맞게 입은 건지, 밖에서 밥은 제때 먹은 건지, 뭘 먹은 건지, 늦으면 왜 그렇게 늦는 건지, 시시콜콜 신경이 쓰인다.

해바라기 꽃이 만발한 가을 들녘을 거닐다가 그 앞에 멈춰 섰다. 해바라기는 꼿꼿하게 서 있는 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목이 등 쪽으로 굽어 있는 해바라기도 있었다. 일편단심 태양만 바라보는 게 아니고 빛의 반대 방향으로 자라는 굴광성(屈光性) 현상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었다. 해바라기는 어린 시절엔 꽃봉오리가 오로지 태양을 향해 움직이며 성장하지만 성장 후엔 줄기가 굵어져 잎만 태양을 향한다. 해바라기에게 너무 뜨거운 태양은 버거울 것이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사람이라고 크게 다를까. 필자가 낳은 자식이라고 너무 일방적 강요만 했던 건 아닌지, 해바라기 꽃을 보다가 아이들 얼굴이 스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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