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이 본인의 저서를 들고 웃고 있다.. /출처: nobelprize.org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행동 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세일러(7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세일러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그의 “제한된 합리성과 사회적 선호 및 자제력의 결여가 개인의 결정과 시장의 결과에 어떤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경제적 의사 결정 분석에 실질적인 심리학적 가정을 도입하는 데 이바지했다”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행동 경제학은 경제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람들이 금전적인 이해뿐이 아닌 심리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전제로한 ‘합리적 행위자인 인간’이라는 명제에 반하는 학문이다.

세일러는 2012년 블룸버그통신에 기고한 '착한 기업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라는 글을 통해 ‘합리적 행위자로서 남으려 하는 기업’의 행태에 대하여 올바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제시했다.

“착한 기업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 지는 몰라도 CSR은 세계 어디에서나 경제 정책을 펼칠 때에 토론의 쟁점으로 남는다. 기업은 보이지 않는 손에 모든 책임을 맡기며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하는가, 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도리가 있는가?

많은 정치적 토론에서 보이듯이, 이 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은 극명하다. 첫 번째 입장은 ‘사회적 책임 찬성파’이다. (찬성파는 간혹 ‘무료 점심파’라고 조롱 당하기도 한다.) 이들은 기업은 직원들에게 더 높은 급여를 주고, 더 나은 복지를 하면서도 가격은 낮추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입장은 ‘이익 찬성파’이다. 이들은 기업은 오직 주주들에게만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보통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성지에 몸을 묻곤 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역할은 이윤 극대화이며, 기업은 주주의 소유이고 주주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서 존재할 뿐,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뉴욕타임즈지에 기고한 글에서 “자유사회에서 기업에게는 단 한 가지 책임밖에 없습니다. 주어진 자원을 이용하여 수익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속임수를 쓰지 않고 반칙만 하지 않는 등 경기의 규칙만 지킨다면 주어진 자원을 이용하여 수익을 증가시키며 경쟁에 참여하면 됩니다.”

기만적인 예선전

안타깝게도 중요한 예선전이 잊혀지고 있다. 프리드먼은 “기업들이 경기의 규칙을 지키”며 “속임수나 반칙을 쓰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프리드먼의 주장에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대신, 나만의 대안을 주장하려 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젊은 은행원, 크리스는 어느 날 현재의 은행의 정책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소비자가 구매를 할 때 체크카드의 잔금의 한도를 초과해 구매하고자 할 시에 은행이 “예의상” 이를 허가해주되, 35달러의 페널티를 물게 하는 것이다. 은행 계좌가 흑자가 될 때까지 페널티를 물기만 하면 계속 해당 계좌에서 돈을 지출할 수 있다.

크리스의 아이디어는 은행 고객에게 큰 지출이 생길 시에 효과적이다. 한 고객이 쇼핑을 갔다. 쇼핑몰에서 고객이 은행 계좌에 남은 금액보다 더 큰 소비를 하게 되었다고 하자. 옷가게에서 고객은 여러가지 옷들을 한 번에 구매하며 큰 지출을 한다. 그렇다면 은행은 가장 값나가는 물건을 먼저 계산해 고객의 은행계좌를 적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 후, 소비자는 샌드위치나 작은 카페라테를 시켜 먹을 때에도 35달러의 페널티를 물며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계산 순서에 대한 방침은 은행 고객들에게 공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와 정부에게서 잊혀진 예선전에서 기업은 고객을 기만하는 그들만의 새로운 방법을 탐색한다.

이 예시에 대한 내 질문은, ‘만약 크리스의 아이디어가 합법적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은행으로서는 이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이 옳은가? 더 일반적으로, 합법적인 방법이라면 어떻게든 수익을 올려도 되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만약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비도덕적이든 비양심적이든 합법적이라면, 이를 행하는 것은 기업의 바람이 아닌 책임이라는 것이 프리드먼의 신봉자들, 즉 CSR을 단지 마케팅의 일환으로만 받아들이고,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주 목적이라고 믿는 이들의 주장이다.

이 주장에는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생긴다. 이들은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믿으며, 보통 정부에 대해 회의적이다. 정부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결정짓는 것이 올바르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정부가 정한 기준 내에서라면 기업은 어떤 일이든 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프리드먼의 규칙

프리드먼 교수님이 아직 살아계셨다면 이에 대해 뭐라고 하셨을까? 그의 규칙을 떠올려보자. 분명 책임을 지는 방식은, 속임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과연 프리드먼 교수는 크리스의 아이디어가 속임수라고 했을까? 속임수가 맞다고 하기를 바란다. 슬프게도 내가 든 예시는 많은 은행들이 실제로 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경우에는 최근(2012년) 이 방법 때문에 법정 공방에 휘말리기도 했다(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고객의 정보를 무단수집하여 35달러의 페널티 금액(Overdraft fee)를 부정하게 수집한 명목으로 고소되었다. 2016년 1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750만 달러를 지불하고 소송을 종료하였다).

금융기관의 이러한 부정 행위 사례는 다양하다. 금융회사는 통화요금제부터 여행요금까지 수수료를 고객이 찾기 힘들게 숨긴다거나, 판독하기 어렵도록 보이게 만든다. 호텔 숙박비를 알아내는 것 보다 주차료를 알아내는 것이 더 힘들고, 인터넷 사용 요금을 알아내는 것보다 양복 한 벌을 세탁하는 가격을 알아내는 것이 더 힘들지 않은가?

인생은 교환(trade-offs)을 하는 것이 다이다. 물론 기업은 그들의 주주에게 최선을 다하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윤리 또한 그 책임에 더해져야 한다.

여기 기업을 위한 내 조언이 있다.

첫째, 행동을 취하기 전에, 행동에 대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고객에게 공표할 수 있을 지 고려하라. 만약 못하겠다면,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된다.

둘째, 당신의 직원들이 수수료나 가격의 정체를 알기 더 어렵게 만들고 숨기게 하기 위해 고용하는 대신,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와 물품을 더 나은 가격에, 더 공정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용해라.

단기적으로는 더 적게 이득을 볼 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는 겉보기에 가격이 더 싸게 보이는 경쟁사에 고객을 잃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무한 신뢰를 하는 충실한 고객과 지지자를 얻을 것이다.

만약 기업들이 이 두 조언을 무시한다면 더 큰 정부의 조사, 규제와 소비자의 감시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미국에서 2010년 제정된 금융개혁 및 소비자 보호법(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이 그 예시이다. 기업들이 지금처럼 ‘정해진 규칙’만을 지키며 행동하고 싶다면, ‘규칙’은 점점 더 많아지고 상세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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