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의 주요 콘텐츠는 '여캠'이다. 여캠은 여성 인터넷 방송인이 카메라를 켜고 주로 노래나 춤을 추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사진은 구글에서 아프리카TV 여캠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썸네일 / 사진 : 구글

영상 플랫폼의 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아프리카TV방송의 폭력성, 음란성, 욕설 등이 여과없이 방송 되는 것을 거론하고 1인 1일 3천만 원의 결제 한도를 문제 삼는 순간 아프리카TV 주가가 급락했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아프리카TV는 가장 자극적인 콘텐츠를 모아둔 창고였다. 개인 방송을 하는 BJ들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혐오 가득한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지역비하, 성차별, 음란성에 술을 마시거나 욕설을 하는 등 온갖 종류의 자극적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이는 아프리카TV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글 유튜브, 인터넷 게임 전문 방송 트위치TV 등 영상 플랫폼 업체들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영상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사 콘텐츠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주요 CSR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유해 콘텐츠로 플랫폼 기업 역시 큰 수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영상에 걸리는 광고수익의 45%를 가져간다. 수익의 거의 절반을 기업에서 가져가는 것이다. 영상의 길이,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에 따라 광고수익이 차이 나기는 하지만, 구독자 20만 명에 한달 영상 총 조회 수가 850만 회에 이르는 창작자라면 유튜브에서 대략 월 1,200만 원을 번다. 그러면 유튜브는 98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프리카TV는 시청자들이 쏘는 ‘별풍선’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별풍선’은 방송에 대한 일종의 후원금이다. 별풍선을 받으면 BJ는 그 대가로 리액션을 한다. 간장을 뒤집어쓰고 밀가루를 뿌리는 등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경우가 많다. BJ는 등급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데, 대략 별풍선으로 받은 후원금의 6~70%의 수입을 챙긴다. 나머지 3~40%는 아프리카TV가 가져가는 것이다.

콘텐츠 가이드라인이 무색한 소극적 제재
유튜브는 성적인 콘텐츠,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위험한 콘텐츠, 폭력적인 콘텐츠, 혐오성 콘텐츠, 사기 콘텐츠, 저작권 침해 콘텐츠 등을 올릴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에는 담당 팀에 의해 콘텐츠가 삭제되며 상습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용자 계정은 차단된다. 또한 사용자에게 직접 신고를 받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필터링 되는 혐오 콘텐츠나 폭력 콘텐츠는 드물다. 게시자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유튜브의 방침 때문이다. 아프리카TV에서 19세 미만 관람 불가 딱지가 붙은 방송들의 편집 영상도 유튜브에선 연령제한 없이 볼 수 있다. 주로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이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영상, 여자 BJ들의 섹시 댄스 영상 등이다.

아프리카TV는 24시간 내내 50명의 모니터링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방송 중인 BJ가 운영정책을 위반할 경우 주의, 경고, 강제 방송종료 등 단계별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정책 위반이 반복될 경우 방송 차단, 영구정지 등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가 미흡하기는 아프리카TV도 마찬가지다. 인기 BJ ‘철구’의 경우 여러 번의 정책 위반으로 영구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지만 다양한 명분으로 정지를 해제했다. 심지어 아프리카TV 시상식에서 대상을 주기도 했다. 반면 시청자 수가 적은 BJ는 강력하게 제재하는 경우가 많아 소위 ‘돈 되는 BJ’들만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관련 법 제정도 시급
1인 인터넷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심의, 제재하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는 영상물 위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며 이후 이뤄지는 심의에 따라 해당 방송인의 활동정지, 계정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방송에 대한 법안이 없어 명확한 심사, 제재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방심위 청소년보호팀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을 방송, 통신 두 부분 중 어느 부분으로 취급해야 하는지 애매하고 민감한 사항”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렇게 관련 법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영상에 혐오 발언이 있다고 해도 개별 행위 하나하나를 명예훼손, 협박, 모욕 등의 조항으로 처벌하는 방법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최근 SNS 내의 혐오 콘텐츠 제재 법을 만들었다.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 영상 등을 신속히 삭제하지 않으면 SNS 업체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에도 막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노력
그러나 법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정 의지다.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기업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1인 방송인과 창작자들의 콘텐츠 유포로 돈을 버는 기업이라면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은 지난 2015년 최초로 혐오 게시물이 도를 넘은 서브레딧(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소 게시판)을 삭제하도록 결정했다. 레딧은 2년이 지난 현재 서브레딧 내 명백한 혐오 발언이 8~90%가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매출 피해는 없었다.

플랫폼에 광고를 유치하는 광고주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수입의 대부분이 광고수익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영국과 미국에선 광고주들의 유튜브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혐오발언 영상이나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영상에 그들의 광고가 붙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정부와 로레알, AT&T, 월마트, 스타벅스 등이 참여했다.

광고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맷 브리틴 구글 유럽 법인 사장은 광고주들에게 사과하고, 논란이 될만한 영상에 정부나 기업 광고가 붙지 않도록 할 것이며 모니터링 담당 인력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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