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수, 이승균 기자] 당신은 어떻게 '좋은 기업'을 판별하는가?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투자 하기 좋은 기업은 더욱 그렇다. 오너 리스크, 환경경영 등 비재무적인 요소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시대라서 좋은 기업을 판별은 더욱 힘들다.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 대표를 만나보았다.

윤덕찬 대표는 최근 기업이 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ESG)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플랫폼 후즈굿(Who's Good)을 개발했다. 후즈굿은 주관성을 배제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실적을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 도출된 ESG 점수 결과는 심플한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내어 소비자의 기업 가치판단을 돕는다. 후즈굿은 기업 비재무 분야 최초의 로보 애널리스트다.

지난 19일, 여의도 63빌딩 핀테크 센터에서 윤덕찬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바빠 보이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윤 대표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최근 업계에서 후즈굿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요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같이 일하자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을 위한 정보 제공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50만 명 이상이 봤습니다. 기업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첫 시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네요. 기업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는 것은 원치 않아 팩트 위주로 데이터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Q. 후즈굿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후즈굿을 쉽게 설명한다면, Find a good company. 좋은 기업을 찾으세요! 우리 사이트 이름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은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검색사이트입니다.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과 같은 분석 도구를 사용하여 결과를 도출합니다.

사이트를 직접 보며 설명을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윤 대표가 미팅룸에 노트북과 커피 한 잔을 갖고 들어왔다. 윤 대표가 노트북을 들고 TV 화면과 연결해 후즈굿의 시스템에 대해 보여주려 한다. 윤 대표가 후즈굿 검색창에 기업 A를 검색했다.

기업 A를 검색하자 오버뷰를 통해 기업의 ESG 개별 점수와 평균 점수가 나타났다. 평판(Reputation) 항목도 존재하지만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점수를 기재하지 않았다.

 

 

 

 

후즈굿 검색결과 오버뷰. 기업명은 왼쪽에 기입되어 있으나 기사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 후즈굿 사이트 캡처

 

 

기업명을 클릭하면 더 자세한 분석 결과가 나타난다. 자세한 ESG 점수 분석, 평균 연봉, 이사회 평균 보수, 임원보수 평균 대비 직원보수 평균 등을 볼 수 있었다.

 

Q. 분석 결과 페이지에서 중요한 정보는 무엇이 있나요?

A. 분석 결과 페이지에서는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정보는 임원보수 평균 대비 직원보수 평균입니다. 지배구조평가에 여러 가지 지표가 있겠지만, 이사회 보수의 적절성이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미국 학회에서 12~ 15배까지는 봐주지만 그 이후는 과하다고 평가해요.

또 사업장으로부터의 환경오염에 관한 정보는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 정보는 ‘태클 톡스(Tackle tox)’라는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해요.

Q. 와, 소비자에게 정말 도움되는 사이트일 것 같습니다. 태클 톡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A. 태클 톡스는 후즈굿의 사회공헌이라고 볼 수 있어요. 태클 톡스에 접속해 지역명을 검색하면, 지역에 있는 공장과 그 공장에서 배출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무료로 제공되고요.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합니다. 화학물질 배출은 매우 위험하고, 요즘 화학물질 관련 이슈가 많잖아요. 현재 3만 개 정도의 사업장 포함되어 있고, 한국과 미국에서 서비스 중입니다.

윤 대표가 태클 톡스 검색창에 지역 B를 검색했다. 지역 B에 대한 지도가 나오면서, 지역에 있는 공장 위치와 개수, 위험도가 그래픽으로 나타났다. 공장 위치를 클릭하면 해당 기업의 이름과 기업 유독물질 점수(Company Toxic Score)를 볼 수 있다. 또한 페이지 왼쪽에서 해당 공장이 공기, 물, 토양에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태클 톡스 사이트에서 미국 텍사스 주의 달라스 지역 검색 결과 / 태클 톡스 캡처

 

 

Q. 기업 유독물질 점수는 어떻게 추산되는 것인가요?

 

A. 미국의 환경보호청이 10여 년 동안 해온 기준을 차용해서, 보다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물질에 가중치를 둬 점수를 계산합니다. 따라서 배출량이 적어도 유독물질 점수는 높을 수 있어요. 0점이 제일 낮은 거구요.

기업을 클릭하면 그 기업이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을 배출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또 해당 기업이 배출하는 물질 중에 무엇이 가장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요. 페이지 왼쪽 하단에서 위험물질 점수 상위 3개를 볼 수 있는데, 지역 B의 C기업는 중금속 물질인 크롬이 제일 문제인 것을 확인할 수 있군요.

Q.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많은 정보들은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나요?

A. 정보수집 과정에서 공공데이터가 가장 중심이 됩니다. 정부가 발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즉 오픈데이터, 퍼블릭데이터, 빅데이터를 활용합니다. 만약 공공데이터에서 자료가 없을 경우에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참고합니다. 아무리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잘 낸다 하더라도, 불리한 내용이나 문제가 있었던 내용은 보고하지 않아요. 따라서 제대로 된 CSR 활동이나 비재무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들에 대해서 데이터 분석을 하는 거예요.

Q. 현 ESG 정보시장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현 ESG 정보시장의 문제는 기업이 설문조사를 통해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가 가공되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죠. '아무리 훌륭한 데이터분석방법 쓰더라도 데이터 소스가 잘못되어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알파고가 있더라도 데이터 소스가 좋지 않으면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Q. 후즈굿의 또다른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A. 마이페이지 기능이 있어요. 내가 만든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고, 내가 만든 포트폴리오를 공개해서 다른 사람이 팔로우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또한 남이 공개한 포트폴리오도 팔로우 가능합니다. 워렌 버핏과 같이 유명한 투자자의 투자기법을 팔로우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에요.

또 순환출자 관계를 찾는 순환출자 고리를 볼 수 있는 그래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윤 대표가 순환출자 기업 검색창에 D기업을 검색하자 해당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를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 나타났다.

Q. 엄청나게 많은 순환출자 고리가 있네요?

A. 그래도 D기업은 아주 적어진 편에 속해요. 허허허. 2014년 D기업의 순환출자고리는 백만 개 정도 됐는데, 현재는 60여 개로 많이 정리됐어요.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나요?

A. 뉴스분석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요. 주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평판 리스크, ESG 관련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ESG 리스크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머신러닝을 통해 추가합니다.

데이터 분석의 궁극적 목적은 예측을 위한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딥워터 호라이즌과 같은 재앙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데이터에서 징후를 포착해 정확한 팩트를 찾아, 리스크를 포착하는 것.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리스크 발생가능성을 점수화하는 것이 이 서비스의 핵심 내용입니다. 또한 관련 키워드 분석과 관련 뉴스를 볼 수도 있고요. 그래픽 위주로 서비스가 구성되어 있어 편하게 볼 수 있으실 겁니다.

Q. 뉴스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고, 데이터의 양은 얼마나 되나요?

A. 뉴스 데이터는 언론사와 계약해 수집해요. 1년 상장기업 기준 대략 550만 건의 기사가 나오는데, ESG 관련 기사는 그중 14만 건입니다. 이게 분류하는 과정이 힘든데, 하하. 기업별로 뉴스를 나누고, 틀을 추출해서 소비자에게 해당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리는 것입니다.

Q. 이제 미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정도의 비전과 계획이 있다면 5년, 10년 뒤 CSR 업계의 다른 미래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A.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저는 사람들이 안다는 게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시 사태를 알고 불매 운동을 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좀 더 쉽게, 데이터와 팩트 기반으로 이 회사가 정말 좋은 회사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하기 전 고민하고 기대했던 것은,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아는데, 일반인은 누가 알려주기 전에는 모르죠. 기자가 글을 써야 알잖아요. 이 기업이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근데 미디어가 갖고 있는 힘이 약해지고, 많은 일반인들이 미디어가 가졌던 권한을 갖게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지금은 SNS가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기자들이 언급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SNS로 많은 사건들이 알려지지 않습니까. 기자들이 언론사들이 글을 안 써줘도 우리가 사건에 대해 알 수 있고, 우리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거죠. 예전엔 돈이나 백이 있어야 내 의사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우리가 몰랐던 일들을 우리가 알게 된다면, 즉 제대로 된 정보만 주어진다면 일반 사람들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에 무관심했던 기업들도 바뀌겠죠.

Q.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마지막 한 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A. 우리의 비전은 '좋은 기업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Good companies make good societies)' 입니다. '굿 소사이어티'라는 개념이 있는데, 국가, 시민사회, 시장이 조화를 이루며 협력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유럽에서 나온 개념인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는 기업입니다. 국가는 세금이 부족하고, 시민단체는 후원이 부족하고, 모든 자원을 기업이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굿 컴퍼니가 되어야 합니다.

셋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즉 기업이 굿 컴퍼니가 되기 위해서는 CSR을 잘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잘 못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죠.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들이 외면해왔지만,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기업이 협력한다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후즈굿은 굿 컴퍼니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굿 컴퍼니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후즈굿만의 방식으로 굿 소사이어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 이승균 기자 / 정리 : 권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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