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가의 보청기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산, 판매하는 소셜 벤처다. 시장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파는 것이 사회적 기업과 관련 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딜라이트가 세상에 심어준 착한 소비는 이미 사회의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왜곡된 보청기 유통 구조뿐만 아니라 난청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켰다. 딜라이트가 만든 사회 혁신의 중심에 있는 김정현 대표, 김정헌 실장, 김남욱 팀장을 만났다.


세 사람의 인연은 사회적 기업 동아리 넥스터스에서 시작되었다. 사회적 기업 공부를 하다가 인도 오로랩(Aurolab) 모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로랩은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인공수정체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개당 300달러 하던 수정체를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아라빈드 병원과 협력해 5~10달러에 유통시켰다. 그들은 제품을 표준화 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서 단가를 낮춰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파는 오로랩의 모델에 인상을 받았다. 그 아이디어로 어떻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보청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Q. 보청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나 보청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남욱: ”보청기 시장의 유통구조는 많이 왜곡 되어있어요. 중간상들의 마진도 크고, 보청기 제작은 1:1 매칭을 해야하기 때문에 값이 많이 나갈 수 밖에 없었죠. 중산층에게도 부담되는100~150만원 대의 보청기를 표준화해서 제품을 만들었고 34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시장에 내 놓았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Q. 시장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한데, 어떻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나요?
김남욱: ”딜라이트는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보청기 제작, 판매를 다 같이 하고 있어요. 타사와 다르게 최대한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기계로 생산하고 있어요. 그래서 타사와 동일한 품질이지만 저렴하게 제품을 만들 수 있죠. 동시에 사회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서 믿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Q. 딜라이트의 작년 매출 20억을 달성했고, 대원 제약에 투자를 받았어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딜라이트는 조금 차별화된 느낌이에요.
김남욱: “사실 사회적 기업은 가난해야 한다는 생각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쿨해야 하죠. 이미지 개선을 함에 있어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 좋은 일 하기 때문에 투자하라고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런 기업은 고객에게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절대로 투자를 받을 수 없고, 경쟁할 수 없죠. 이에 반해 딜라이트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정현: “한국 사회에서는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하는 것에 부정적 인식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회사를 창업하거나 투자 하는 사람들은 해외 진출을 염두해 두고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처음부터 고려해야 해요. 저희 딜라이트도 해외 진출을 위해 다양한 협업과 방안을 모색 중인데 도움이 많이 필요한 기업이에요.”

Q. 기업과 같은 영리 섹터가 사회적 기업과 함께 어떤 점에서 협력을 맺을 수 있고,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김남욱: “저는 기업 규모만 다를 뿐 기업의 조직구조는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 규모가 작아서 미처 보지 못한 다른 부분을 큰 영리 기업이 서포트를 할 수 있다면 좋죠. 기업을 통해 그리고 사회적 기업 간의 허브가 이루어진다면 자원의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현: “이제는 영리와 비영리, 정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계를 넘나들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 하는 것을 통해서 기업은 시장 기회를 발견하거나 지역 사회 공헌을 통해서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등 전략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얼마나 목적에 따라서 활용하느냐, 그리고 이해와 전략 플랜들이 나와주면 의미 있는 성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Q. 딜라이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착한 소비를 하게 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나요?
김정헌: “보청기 구매를 함으로써 시장 가격을 낮춰서 돈이 없는 저소득, 중산층에게 이익을 주죠. 그리고 국내 전체 시장에 보청기 가격이 빠른 속도로 낮춰져서 돈이 없는 저소득, 중산층에게 이익을 주죠. 저희를 통해 정체되고 왜곡되어 있던 보청기 가격의 거품이 빠졌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가치와 직접적인 연관은 얼마 전 보상판매를 했는데, 타사의 어떤 보청기든 고장 여부 상관 없이 가지고 오면 30만원을 줘요. 그 보청기를 캄보디아에 있는 보청기 수리 전문 NGO에게 기부를 하면 다시 캄보디아에 재사용돼요. 여력이 생기다 보니 노숙인들을 위한 판매도 준비 중이에요. 10월부터는 정기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난청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해요. 타 회사에서는 하지 않고 있는 활동이죠. 저희의 목적은 보청기를 많이 파는 게 아니라 난청인들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간접적으로는 사회 활동할 수 있게 서포트 해주죠. 착한 소비를 하는 걸 보고 비슷한 보청기 회사들이나 반도체 칩 분야에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예전에는 보청기 플레이어 들이 담합 형태였는데,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참여하고, 더 좋은 제품들이 싼 가격에 팔리는 순환을 만들었어요. 경쟁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죠. 동시에 보청기에 대한 소비 자체가 달라지면서 무료 서비스도 많아 지고 있어요.”

Q. 2년 동안의 딜라이트를 1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 가장 잘한 성과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김남욱: “10점. 이 때까지 잘해 왔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하고 거기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딜라이트 법인을 만든 것 자체가 가장 잘 한 것 같아요. 충분히 개인 사업, 비영리 기관이 될 수 있었는데 상법상 회사를 만들었고 기업으로서 이런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딜라이트가 기업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잘 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보청기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딜라이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입니다.”

김정헌: “6점.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데 다 못하고 있어요. 돈이 없어 보청기를 쓰지 못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고 난청인의 자활자립을 돕는 재밌는 일들이 더 남아있거든요.”

김정현: “6점. 특별히 크게 잘한 것 없다고 생각해요. 자라고 있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잘해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뿐이에요. 이때까지 정부 지원금액에만 맞춰서 공급했지만 지금은 더 확장되어서 여러 제품을 제공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많은 병원은 에이즈 예방 백신을 맞추기 위해서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별사탕, 밥이나 다른 인센티블 줘요. 근데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단순히 준다고 해서 반응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딜라이트는 큰 범주 내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는 것은 변함 없지만 방법적인 차원에서 필요와 인식에 따라서 변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