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햇살, 공기처럼 우리의 삶에 소중한 것은 모두 무료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무료로 평등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교육 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다. 대동강 물을 팔 듯이 교육을 팔아 큰 돈 번다는 말이다. 학부모들은 '무료'라는 상징적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고액 사교육 열풍이 잘못된 바람인 줄 모르고 모두 '강남 엄마 따라잡기'에 나섰다. 이런 한국 사회의 잘못된 방향에 따끔하게 한마디 던지며 100% 무료 영어강의를 제공하는 한 사람이 있다. 사회적 기업 한마디로닷컴 대표 박기범 선생님이다.

박기범 선생님을 처음 뵌 건 종로의 한 어학원이었다. 작년까지만해도 박기범 선생님은 꽤 유명한 토플 강사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대한민국 전체가 영어무상교육이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하셨다. 그 때 나는 ‘사설 영어학원 강사가 웬 영어무상교육? 설마?’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설마’라는 생각을 ‘정말’로 바꾼 박기범 선생님의 한마디로닷컴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학원 유명 강사이셨는데 그만두시고, 한마디로닷컴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개인적인 면에는 내가 강사를 하다가 수강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봤어요. 돈을 못 내서 아르바이트로 돈 벌어서 나한테 갖다 주고, 그 돈 받아서 강의하는 게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사회적인 면으로 보면 한국 여러 교육 시스템이 학부모,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부담을 어떻게 보면 수탈하는 구조에요. 대학생이 되도 취업 사교육, 취업을 해도 사실 88만원 세대가 되버렸으니까요. 교육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컨셉은 우리 나라 밖에 없어요. 미국에도 사교육이 없어요. 물론 정식 대학이나 사립 고등학교는 돈을 내고 다녀야 하지만 사교육에 큰 돈이 들어가는 시스템은 우리 나라뿐이에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Q. 그럼 한마디로닷컴이 어떻게 바꿀 것인가요?
그래서 무료 영어 강의를 제공하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나중에 유료화 되는 거 아닌가?’라는생각을 가지고 있고, 홍보일거라는 생각을 가져요. 사람들은 무료가 낯선 거죠. 물론 유료화하는 것도 수익모델로 고려해야 하지만 강의는 무조건 무료로 갈 생각입니다.

또 다른 건 강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건데, 강사 생활을 이익훈 어학원에서 6년 반동안 하면서 무료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연습을 해 왔어요.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죠. 그동안 여론 조사나 반응을 연구해서 ‘이제는 됐다’ 싶어서 나온 거고요.

정리를 하면 한마디로 닷컴은 한국 사회에 상식처럼 자리 잡은 상업화된 교육을 개선하는 목적의 재능 기부라고 할 수 있죠. 치열한 곳에서 쌓은 전문성으로 재능 기부를 하는 거죠. 뛰어난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교육 부문에서도 재능을 많이 펼치면 사교육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Q. 사교육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사교육을 말살해야하는 건 아니죠. 사교육에 종사하는 인력 부분이 너무 커졌으니까. 다만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무료강의는 전문적으로 입시 강의하는 분들에 비해 전략이나 정보력 부문에서는 조금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사교육 전문 강사들이 수강료에 맞는 고급전략을 개발해야 하는 촉매가 될 수 있죠. 긍정적으로 보면 상생할 수도 있죠. 무료 강의는 순수하게 원론적인 공부를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학원 강사는 더 전문적으로 되어야 하죠. 하지만 돈 값을 못하는 사교육이나 필요 없는 부문에 사교육이 있으면 안되죠.

사실 학원계는 학생들이 계속 학원비를 내도록 전략을 짜는 면이 있는데 그게 잘못된 것 일수도 있고 비실용적인데도 소비자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내고 있죠. 이런 부분은 없어져야 하죠. 사교육이 학부모 주머니 다 터는 구조는 잘못되었죠. 사교육을 조금 축소 시키고 제대로 된 사교육만이 남아야 합니다.

Q. 현재 학원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재능 기부는 없었나요?
딜레마가 있는데 돈을 많이 버는 강사는 이 쪽에서 재능기부 잘 안하려고 해요. 하지만 강의가 안되서 돈을 많이 못 보는 사람들이 오면 퀄리티에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우리 사이트가 아직 수익이 없기 때문에 뜻이 있는 사람 아니고는 오는 것을 꺼려해요.

그리고 학원 강사들은 ‘내가 교육자이냐? 비즈니스맨이냐?’를 잘 생각해봐야 되요. 학원에 있어 보니까 일반적으로 학원 강사는 교육자 보다는 비즈니스맨이 많아요. 수강생 수를 늘리고자 하는 전략들이 많고 그러면 돈을 잘 벌어요. 예를 들어, 강사들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 그 부모한테 몇 가지 던져주면 학부모들이 혹하기 쉽죠. 돈을 버는 게 1차적인 목적이라서 광고, 홍보에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학원 강사 강의도 사실 별 게 없는데 전략 때문에 자신의 강의를 100% 무료로 공개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Q. 한마디로닷컴 회원은 몇 명, 대부분 누구인가요?
한마디로닷컴 개설한지 1년 안됐지만 회원수는 1500명, 카페 회원수는 2300명이에요. 현재까지 80시간 분량의 온라인 강의가 총 14만 조회수를 돌파했어요. 국내 회원의 대부분은 학부모에요.

사교육 열풍의 문제점에 학부모들의 무지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영어 강의 이외에도 학부모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해요. '이렇게 쉬운 영어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여러분들이 어떻게 좋은 정보, 나쁜 정보를 구분해서 당신의 자식을 교육시킬 것인가?'라고요. 교육을 가지고 장사할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서 의심, 회의도 안하고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죠. 이렇게 영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목적이에요

Q. 그래서 한 회원이 강의 중에 ‘의미 있는 잡설’이 인상 깊다고 했군요.
네. 특별한 강의 코너나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기업 인터뷰,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방식을 찾아서보여 줄 계획이에요. 영어를 매개로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도록 시야를 길러주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하게 화두를 던져주죠.

Q. 하지만 대부분 사회적 기업은 수익 사업과 사회 서비스를 함께 이뤄가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한마디로닷컴의 수익 사업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수익 구조 모델이 있나요?
1차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공부하는 것이에요. 비즈니스 계획은 5-6가지가 되고, 향후 5년 안에 이행할 예정이에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그 뒤에 기업에게 거절 못할 제안을 해서 광고나 펀딩 형식의 후원을 받을 거에요. 온라인 강의는 일반인들에게 모두 무료이고, 오프라인에서는 무료는 힘드니까 제가 수익을 안 챙기는 방법으로 반값 수강료를 구상 중입니다..

결국 저는 한마디로닷컴으로 돈을 하나도 벌 지 않을 거에요. 책 쓰고 하는 건 개인적인 거고, 최소한 비용을 줄여서 유지할거에요. 예를 들어 촬영을 거의 혼자서 리모콘으로 조절해서 하고, 스튜디오도 처음에는 무상지원을 받았어요. 그리고 자체 서버를 안 쓰고 유투브에 올리기 때문에 비용이 안 들고, 100만 동시 접속을 해도 문제가 안 되요. 해외에서도 더 잘 돌아가죠.

나중에 꽤 많은 수익을 내면 사회에 환원할 거에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 아니라 전략적인 기부를 할거에요. 자본에 눌려서 빛을 못 보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아요. 화가, 무용가, 가수, 오페라 가수들 모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인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펀드식으로 서포터를 하고 작품을 소개하고 팔아주는 방식으로 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렇고 순전히 강의의 질로만 나가고 있어요. 기존의 온라인 사이트를 보면 교육과 상관 없는 편집이나 홍보에 돈을 많이 들이는데, 그 이유는 비즈니스마인드로 팔기 위해서죠. 한마디로닷컴은 교육자적인 마인드로 최대한 비용을 아껴서 생산성을 높이는 거에요.

Q. 혹시 영어를 잘하는 연예인을 통해 홍보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영어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는데 가르칠 때는 달라요. 섭외를 하더라도 교육 가치관이 맞아야하고 포스가 있어야 하죠. 한국의 영어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영어 회화 한 문장 가르쳐주고 그 이외의 다른 말을 너무 많이 해요. 왜냐면 학생들이 재미 없다고 생각하니까 강사가 학생의 수준으로 내려가요.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이려면 강사가 토끼옷 입고 하면서 스스로가 무한도전을 하는 거죠. 전 영어 교육의 철학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언론 인터뷰 제외하고는 홍보에 큰 관심이 없어요. 사람들의 지지가 바로 홍보에요. 강의의 퀄리티를 가지고 사람들이 진정성을 알아주면 되요.

Q. 사회적 기업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있나요?
우선 ‘무료’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강의로 극복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지방에 스터디그룹 조직하는 것도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실행할 거고, 단지 한마디로닷컴을 운영한 이후로 수익이 없으니까 당장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감이 있어요. 근데 나로 인해 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사회가 바뀌면 그게 더 의미 있는 일이지 않나요? 앞서 말한 영어 교육의 철학과 진정성이 있으니 견딜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것 말고 딱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미국 시스코(Cisco)사는 CSR 활동으로 자사의 첨단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있다. 또한 유럽의 JA-YE 프로그램은 8세부터 19세 이상의 학생들에게 온ㆍ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직접 지도한다. 특히 기업운영과 연관된 수학,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을 가르쳐 사업과 교육 사이의 간격을 좁혀 나가고 있다.

사회의 최고 부가 가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기부하는 것이다. 박기범 선생님의 영어 교육는 무료이지만 최고의 컨텐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대한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 재능을 기부하여 햇살, 물, 공기처럼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를 많이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인터뷰, 글/ 인턴 김환이.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