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재잘재잘 스쿨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추운 겨울 유리창에 입김을 쪼인 뒤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험을 그냥 넘기지 않고 청각 장애 아동들에게 유용한 기술인 '재잘재잘 스쿨버스'로 창조해낸 청년 연구자들이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3년째 일하는 김소영·윤민영·정승호·조충훈 연구원이다.

이들 연구원은 얼마 전 청각 장애 특수학교 충북 충주성심학교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선물을 줬다.

자신들의 소중한 경험을 살려 통학 버스 창문에 그림을 그리면 이미지를 누군가에게 보낼 수 있는 유리창 `스케치북 윈도우`다.

유리창에 입김을 쏘이면 기압계 센서가 이를 인식해 자동차 유리창이 뽀얗게 되는데 어린이들은 여기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 그림이나 글들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 뒤 개인용컴퓨터(PC)나 스마트폰 등으로 다시 볼 수 있고 전송할 수도 있다. 이 기술로 생각날 때마다 메모할 수 있고 친구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충주성심학교 아이들은 거주지인 청주시에서 이 학교까지 약 62㎞를 통학 버스로 등·하교했는데 청각 장애인이어서 왕복 4시간을 서로 얘기도 못 한 채 지루하게 보내야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지루하지 않은 통학 길을 제공해주자'는 이 학교 교사의 건의로 시작됐다. 특히 연구원들이 이 기술을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이 기술을 처음 생각해낸 김소영 연구원은 "아버지가 몰던 차 뒤에 앉아 김이 서린 창에 낙서했던 어린 시절 기억과 지금도 종종 집으로 귀가하는 셔틀버스 안에서 머릿속 생각을 창에 그려보는 습관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라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돼 기쁘다"라고 밝혔다.

윤민영 연구원은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연구원들이라 업무 역량은 부족할지라도 상상력이나 창의성, 열정 등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라며 "동기들이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조충훈 연구원은 "남양연구소에서는 매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진행하는데 평소 생각하던 기술을 실제로 기획해보고 구현해볼 좋은 기회"라며 "아이디어에는 제약이 없고 팀 구성도 자유롭다. 개인이 참가하는 경우도 있고 저희처럼 팀을 이뤄 참가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2010년부터 매년 아이디어페스티벌을 열어 사업과 사회 공헌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정승호 연구원은 "어렸을 때 김 서린 자동차 유리창에 낙서하면서 즐거워했던 것처럼 `스케치북 윈도우`를 통해 아이들이 차창 밖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그려 보고 즐거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라며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금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는다면 정말 멋진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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