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하였다. 2002~2015년까지 추진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의제인 SDGs는 총 17개의 목표,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의 사회책임을 ‘시민의식(citizenship)’의 시각에 비추어 살펴본 지난주 기사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SDGs와 글로벌 기업시민의식(global corporate citizenship)의 발전의 배경과 함의를 간략히 다뤄본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기본 프레임워크인 경제-사회-환경의 세 축은 지금은 일상용어가 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글로벌 의제로 진화해온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잘 알려졌듯이, 이 용어가 생겨난 배경은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로 거슬러 올라가며,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제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논의 초기부터 1990년대까지 지속가능발전 개념은 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되며, 지구의 인구-환경-성장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축했다.

리우환경협약(1992)이 채택된 지 20년 뒤인 2012년, 같은 곳에서 다시 합의된 지속가능발전 개념은 많이 달랐다. 공식 선언문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에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포용적인 사회발전을 도모하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그리고 이때 합의된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추구는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 최종안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영역별로 분류한 지속가능발전목표

 

이처럼 지속가능경영의 토대가 되는 21세기 ‘지속가능발전’ 개념과 SDGs는 민간영역이 글로벌 기업시민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비교를 해보면 좀 더 분명한 차이가 발견된다. 개발도상국의 극심한 빈곤 종식을 달성 목표로 삼았던 MDGs는 8개의 목표* 대부분이 사회발전 중심의 의제로, 환경보호는 부차적이었고 경제성장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공적개발원조(ODA)에 의해 재원이 마련되어 정부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었다. 최빈국에서 유아사망률이 감소하고 기초교육 기회가 확대되었지만, 선진국의 기부에 의존하여 각 목표 달성에 분절적으로 접근한 대증요법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비해 목표 간의 상호연결성을 보다 총체적으로 고려한 SDGs는 사회문제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원인의 개선까지 좀 더 접근하려 한다. 빈곤(1)의 구조적 원인인 양질의 일자리 및 경제성장(8), 부의 불평등(10) 문제가 포함된 것이 단적인 예다. 재원 역시 공공재원 외에 민간재원(무역, 투자, CSR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유엔 내부에서 소수의 전문가들의 의해 만들어진 MDGs와 달리, SDGs 수립 과정에는 많은 국가의 정부ㆍNGOㆍ기업ㆍ연구소 등 다양한 섹터에서 함께 참여하였다.

한편, MDGs에서 SDGs로 이행하는 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가 또 다른 국제기준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20세기 후반부에 걸쳐 기본권ㆍ아동ㆍ여성ㆍ노동ㆍ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해온 국제협약과 규범들이 사회책임(SR)이라는 포괄적인 개념 안으로 수렴되었다. 예를 들어, 유엔 글로벌콤팩트는 ‘세계인권선언’과 후속 인권장전들, ‘ILO(국제노동기구) 근로자기본권선언’,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유엔반부패협약’ 등 핵심 국제규약에 기반한다. 특히 이러한 국제법은 비록 체계적으로 발달되어 수십년간 존재했지만 구속력이 거의 없어 현실을 크게 개선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추상적인 법체계가 기업의 사회책임이라는 개념틀로 재구성되어 (진정성이 얼마가 되든) 평가와 보고가 제도화돼 온 발전과정에는 분명 시사점이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가 삶의 현장으로 좀 더 확산되고, 보다 많은 이들의 일상으로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효율적인 실행 역량과 고유의 자원을 갖춘 기업에게는 기업 내외부의 현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실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와 지구의 미래’에 기여하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00~2015년 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거의 일반명사가 되고 또 하나의 글로벌 의제로 등장한 데에는 이런 거시적 배경이 깔려 있다. 기업에게 당위론적으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기에 앞서 한번쯤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본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CSR이 자선과 봉사활동 차원의 사회공헌에서 최근 사회적기업과의 협업과 소셜벤처 등으로 진화해온 데서 보듯이, 민간영역에는 글로벌 기업시민이라는 새로운 역할과 기회의 플랫폼이 마련되고 있다.

* 1. 빈곤과 기아퇴치, 2. 초등교육 달성, 3. 성평등 및 여성의 역량강화, 4. 유아사망률 감소, 5. 질병 퇴치, 7. 지속가능한 환경, 8. 국제 파트너십 구축

참고자료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연구센터, 2008, 『유엔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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