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호이저부시가 생산한 생수 캔. /앤호자이저부시 제공

맥주 회사가 맥주 생산을 중단했다.

상식적으로 이 문장은 이해가 안 간다. 맥주로 돈을 버는 회사가 맥주를 생산하지 않는다니. 회사가 망한 게 아닌 이상, '왜?' 라는 물음이 생긴다.

하지만, 실제 맥주 생산을 중단한 회사가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주류 회사인 앤호이저부시다. 회사명이 익숙하지 않다면, '버드와이저' 맥주를 생각하면 된다. 이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가 앤호이저부쉬다.

지난달 29일 투데이닷컴은 앤호이저부시의 조지아주 카터스빌공장이 맥주 대신 생수 캔을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동안 이 공장이 만든 생수 캔은 15만5,000캔이었다.

지난달 25일 미국 텍사스주 남부 연안 도시 코퍼스 크리스티 부근에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했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하비는 텍사스 일부 지역에 1,320mm의 비를 뿌렸다. 이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12년 만의 최대 허리케인이었다.

약 4만 채의 집이 날아갔고, 텍사스 주 주지사인 '그렉 애빗'은 하비가 휩쓸고 간 텍사스 주 복구액이 한화 약 202조 원(1,8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 내년 국정 예산 426조에 거의 절반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앤호이저부시가 생수 캔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맥주 생산을 중단한 이날, 생산한 생수캔의 양은 트럭으로 250여 대 분량이었다.

근로자들이 생수 캔을 창고에 쌓고 있다. /앤호이저부시 제공

주목할 점은, 이들이 단순히 허리케인이 몰아칠 때 급작스럽게 생수 캔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공장은 1년에 두 차례 맥주 생산을 중단하고, 비상시 공급 가능한 생수 캔을 만든다. 수요에 따라서는 생산량을 늘리기도 한다.

앤호이저부시는 지난 1988년 적십자사와 협력하여 비상 시에 공급할 수 있는 식수 캔을 갖춰 놓고,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이번 하비 사태와 2016년 10월 허리케인 매튜 강타 때 생수 캔을 공급할 수 있었다. 매튜 강타 당시 공급한 생수 캔은 72만4,416개였다. 88년 이후 앤호이저부시가 기부한 생수 캔은 약 7,600만 개에 달한다.

기업이 재난 상황을 대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앤호이저부시의 사회 공헌은 더욱 돋보인다.

한편, 국내에서도 재난 상황 발생 시 구호 물품을 기부하는 기업들이 있다. 주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이 이에 힘쓰고 있다.

물류 차량을 통해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지난 7월 16일 충북 청주시에 시간당 9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때 BGF리테일은 국민안전처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요청에 따라 라면, 생수, 생활용품 등 약 2,000만 원 상당의 긴급 구호 물품을 제공했다.

BGF가 가지고 있는 물류와 편의점 인프라를 이용하여 구호물자 전달이 어려운 외진 곳이나 재난 장소에 전달한 사례였다. 이 밖에도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마을 전체가 고립된 상황에 놓였던 전북 순창 장덕마을과 폭설로 제주국제공항에 발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던 때도 시민 6만여 명에게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BGF 측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을 위해 정부 부처 등과 힘을 합쳐 긴급 구호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라며 “매장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 재난뿐 아니라, 지역 사회 치안 서비스 향상 등 한국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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